87년 K-1 전차 양산, '88 전차'로 명명
북한이 최근 조선중앙TV를 통해 그동안 존재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던 최신형 전차 '폭풍호'를 공개했다. 북한은 1970년대 중반 이후 소련으로부터 T-62 전차를 도입해 전력화했고, 이 전차를 모방해서 '천마호'라는 전차를 개발했다. 이후 1990년대 들어 천마호를 개량하는 신형 전차 개발사업을 시작했고, 2002년에 첫 생산을 시작한 것이 바로 '폭풍호'이다. 폭풍호는 125㎜ 또는 115㎜ 신형 주포를 탑재하고 한·미 연합군의 공격용 헬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12.7㎜ 기관총보다 강력한 14.5㎜ 소련제 KPV 대공 기관총을 장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군이 처음으로 자체 개발해 일선 부대에 배치한 전차는 K-1 전차<왼쪽 사진>이다. 1987년 9월 18일 중부전선 한 부대에서 열린 명명식에서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이 전차에 '88전차'라는 이름을 붙였다. 88서울올림픽에 맞춰 생산된 전차라는 뜻이었다.
6·25전쟁 당시 소련제 최신 T-34 전차 200여대를 앞세운 북한군에 속수무책으로 밀렸던 한국군은 1970년대까지 미국제 전차에 일방적으로 의존했다. 그러다 북한이 115㎜ 주포를 탑재한 T-62 전차를 대량 확보할 것이란 정보가 입수되자 이에 맞설 신형전차의 도입이 절실해졌다. 한국 육군은 처음에는 미국측에 M-60급 전차의 공여와 국내 양산을 요구했지만 무산되자 1970년대 중반부터 자체 개발을 시작했다.
K-1 전차는 독일의 레오파드-2, 미국의 M-1, 영국의 챌린저에 이어 세계 네 번째의 3세대 전차로 개발됐다. 김용희 육군기계화학교 무기체계연구관은 "이전 세대 전차들은 단일한 강판(단일 주물강)을 사용한 데 비해 3세대 전차들은 여러 겹의 강판을 특수용접해 붙이고 그 사이에 고강도의 복합물질을 넣는 '복합장갑'을 특징으로 한다"고 말했다.
1990년대 들어 한국군은 K-1 전차를 개량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주포를 105㎜ 강선포에서 M256 120㎜ 활강포로 바꾸고 국방과학연구소가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한 한국형 복합장갑을 채용했다. 이름도 K-1A1 전차라고 붙였다. M256 활강포의 유효 사정거리는 4000m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가장 주목받는 한국형 전차는 '흑표'라는 이름을 가진 차기전차(X-K2)<오른쪽 사진>이다. 현존하는 세계 전차 중에서 최정상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날아오는 적의 대전차(對戰車) 미사일을 교란시켜 빗나가게 할 수 있고, 공중에서 전차를 위협하는 공격용 헬기를 직접 쏘아 맞힐 수도 있다. 120㎜ 활강포와 최신형 전차 포탄으로 북한은 물론 미국·유럽·러시아 등 선진국 최신형 주력 전차의 장갑을 관통할 수 있다. 대당 83억원 정도인 흑표는 오는 2012년부터 양산돼 일선에 배치될 예정이며, 2008년 7월에는 터키와 총 4억달러 규모의 전차개발 기술협력 계약이 체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