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 이야기

(22) 르네상스 시기 종교개혁 주장론자들의 성모 신심

namsarang 2010. 10. 8. 22:39

[조규만 주교의 성모님 이야기]

 

(22) 르네상스 시기 종교개혁 주장론자들의 성모 신심


   올바른 성모신심 세우기 노력
  18세기 유럽은 인간 지성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지성주의와 계몽주의의 지배 아래 있었다. 이 당시에도 다른 시대와 마찬가지로 성모 마리아에 대한 신심을 지나치게 강조한 이들이 있었고, 이를 우상 숭배라 여기는 이들도 있었다.

 대다수 계몽주의자들은 성모 신심을 이성적 균형이 결여된 행위라고 규정하고, 그리스도교 본질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시기에 마리아론은 철저하게 무시됐다. 많은 지역의 기도서들에서 마리아 축제들은 예수 탄생 예고 축일, 주님봉헌 축일, 방문 축일, 승천 축일 정도만 남고 삭제됐다. 또 계몽주의자들은 성모송을 경시하고, 묵주기도는 쓸데없는 반복기도라고 혹평했다.

 이뿐 아니라 일부 주교들은 스카풀라와 묵주를 제거하도록 명하고, 성모 신심 서적 발행을 금지시켰다. 당시 스카풀라와 묵주를 자신을 악에서 구해주는 부적처럼 여기는 이가 많았다는 것을 고려할 때, 성모 신심에서 미신적 요소가 제거되는 것까지는 긍정적 비판으로 볼 수 있지만 신심 자체가 전부 무시되는 일은 온당하지 못한 것이었다.

 이 시대 성모 신심을 주도했던 몇몇 인물들을 살펴보도록 한다. 먼저 성모 신심의 대가인 성 루이 몽포르는 레지오 마리애의 수호성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계몽주의자들이 성모 신심을 반대하는 것에 저항하며 올바른 성모 신심을 전파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특히 레지오 마리애가 창설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가 펴낸 「성모님에 대한 참된 신심」이라는 책은 현재 레지오 단원 필독서로 읽히고 있을 정도다.

 그는
△성모 공경이 그리스도께 대한 공경을 감소시키거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공경심 없이 형식적 신심행위 자체에 빠져 하느님 은총을 간구하고
△자신의 유익을 구하거나 재난을 피하기 위해 마리아에게 의지하고 기도하는 행위 등이 잘못된 신심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올바른 신심은 어린 아기가 어머니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신뢰하듯 성모에게 완전하게 의지하는 자세, 역경이 닥쳐도 변하지 않는 항구한 신앙과 신뢰를 가질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성 알폰소 로드리게즈도 성모 신심을 옹호했던 이다. 그는 「마리아의 영광」이라는 책을 통해 성모 마리아는 하느님의 모든 은총이 거쳐 나오는 중개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구원을 위해서는 성모 마리아의 전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느님 나라는 정의의 나라요, 성모 마리아의 나라는 자비의 왕국이라는 중세기 개념을 반복해 말했다.

 더 나아가 그는 본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은총에 의한 것이긴 하지만, 성모 마리아에게 전지전능의 지위를 부여하기도 했다. 심지어 하느님께서 성모 마리아를 자신과 같게 만들었으며,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는 모두 하나요, 같은 희생으로 봉헌됐다고 주장해 반발을 샀다. 이와 같은 과장은 당시 이성 지상주의에 대한 반발로 간주된다.

 요한 밥티스 반 케트비흐는 1720년 중세 많은 작가들을 인용, 성모 신심을 옹호하는 방대한 책을 펴냈다. 그는 성모 마리아는 예수와 함께 '공동 구속자'라고 주장했다. 성모 마리아가 구세주를 낳았고, 우리 구원을 위해 구세주를 십자가에 바쳤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따라서 성모 마리아에 대한 신심은 구원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모 마리아의 전구를 통해서만 죄인들에게 회개하는 새로운 마음이 주어진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학자이자 도서관 직원이었던 무라토리는 성모 마리아는 여신(女神)이 아니며 죄를 사할 권한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성모 마리아가 변호자로 불리고, 공경받아야 함은 마땅하지만 죄를 사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닌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또 성모 마리아의 역할은 우리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지 하느님께 명령하는 것은 아니며, 우리를 위해 전구할 수는 있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전구를 앞지르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리=이서연 기자 / kitty@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