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 이야기

(23) 성모 발현의 의미

namsarang 2010. 10. 15. 21:24

[조규만 주교의 성모님 이야기]

 

 (23) 성모 발현의 의미


   마리아 메시지, 그리스도 신앙 위한 것
   하느님과의 만남이나 사적 계시와 같은 영적 체험은 가능한 것인가. 당연히 가능하다. 하느님은 인간을 초월하지만 누구에게든 드러내 보이실 수 있다. 누구에게나 자유롭게 어느 때나 나타나실 수 있는 분이다.

 하느님께서 당신을 드러내 보이실 수 없다면 구원은 가능하지 않다. 하느님을 만나는 영적 체험을 부정하는 것은 그리스도교 신앙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리스도교 출발점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다. 제자들은 예수님과 함께하면서 많은 기적을 체험했지만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자 모두 도망쳤다. 그랬던 그들이 예루살렘에 다시 모일 수 있었던 것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영적 체험이다.

 제자들의 부활 체험과 같은 사건이 되풀이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하느님 체험은 가능하다. 아우구스티노나 아퀴나스 성인의 신비 체험은 언제든 새롭게 되풀이될 수 있다. 이런 체험은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런 체험이 없다면 부활은 우리에게 생명을 주는 체험이 될 수 없다. 즉 우리는 하느님께서 당신을 드러낼 때 그분을 체험할 수 있다.

 성모 발현도 신비 체험 가운데 하나다. 성모 발현과 관련된 이야기는 교부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문헌을 보면 마리아가 승천한 후 요한 사도에게 나타났다는 기록이 나와 있다.

 근대에 들어 성모 마리아는 많은 곳에서 발현하셨다. 대표적 성모 발현지로는 △1531년 멕시코 과달루페 △1830년 프랑스 파리 △1858년 프랑스 루르드 △1917년 포르투갈 파티마 △1933년 벨기에 반뇌 등을 꼽을 수 있다.

 성모 발현과 사적 계시의 의미는 무엇일까. 성모님께서 발현한 장소나 메시지, 목격자들은 다양하다. 관할 주교나 교황 승인을 받은 발현이 있는 반면 승인을 받지 못한 것도 있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발현은, 반드시 믿어야 할 신앙의 유산에 속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학자 스킬리벡스는 이렇게 말했다.
 "어떤 발현이나 사적 계시에 대한 교회의 승인은 그 역사적 진실이나 권위에 절대적으로 오류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게 아니다. 그것은 단지 조사를 통해 충분한 증거가 나왔고, 그래서 우리가 이성적으로 발현의 신적 권위를 받아들이는 데 조심스럽게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에 불과하다. 교회는 발현이 일어난 그 장소에서 성모 마리아가 특별한 방법으로 공경을 받을 수 있다는 공식 허락 이상의 것을 주지 않는다."

 성모 발현을 비롯한 사적 계시와, 그리스도를 통해 전해진 공적 계시는 구별해야 한다. 사적 계시의 옳고 그름의 근거는 공적 계시에 있다. 이미 성경에서도 거짓 예언을 주의하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사적 계시는 개인적인 것이지만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것이다. 새로운 발현이나 사적 계시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드러난 공적 계시와 모순되는 것일 수 없고, 공적 계시를 보완해주는 것일 수도 없다. 이미 드러난 공적 계시를 특정 시대, 특정 상황에 새롭게 강조하는 것뿐이다. 성모 발현은 정신 착란과 혼동될 수도 있다. 그래서 교회는 발현을 인정하는 데 매우 신중하다.

 마리아는 그리스도와 우리를 중개하는 분이다. 마리아가 그리스도보다 우위일 수는 없다. 마리아의 메시지는 그리스도 신앙을 위한 것이다. 성모 발현 목격자가 성모님보다 두드러져서는 안 된다. 발현 메시지가 교회 가르침에 위배된다면 올바른 발현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발현 장소의 공적 공경과 메시지 선포는 교회가 인정한 후에만 가능하다.

 교회가 인정한 성모 발현 목격자들은 교회에 순명하면서 자신을 낮춘 사람들이다. 마리아는 모든 것을 가슴에 깊이 간직하고 뒷전에 머물며 예수 그리스도의 공적 활동에 협력하셨다. 목격자들도 그러해야 한다.


정리=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조규만 주교(서울대교구 서서울지역 교구장 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