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45) 수도승의 선교

namsarang 2010. 12. 20. 20:55

[선교, 할 수 있을까?]

 

(45) 수도승의 선교


양해룡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선교, 전례사목부 담당)


   얼마 전 개인 피정을 하러 전남 화순 베네딕도 수도원에 다녀왔다. 이곳 수도승들은 새벽 5시에 기상해 기도와 묵상 그리고 식사 이후 계속되는 오전 오후 일과와 저녁기도 끝기도로 하루를 마감한다. '일하고 기도하라(Ora et labora)'는 사부 베네딕토 성인의 표어처럼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듯 수도원 소임에 충실하면서 기도 생활을 한다. 특별히 이 수도원은 우리가 알고 있듯 모든 전례와 기도를 그레고리오 성가로 부르면서 주님께 찬양하며 자신을 바친다.

 

 짧은 피정이었지만, 수도승들이 만든 정성이 담긴 음식과 침묵은 나를 좀 더 깊은 교회 전통으로 인도했다. 이 수도회는 한국에 들어 온지 100주년이 되었을 정도로 오래된 수도회이다.


 한국 근, 현대사를 온몸으로 함께해온 이 수도회는 그러나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관상 수도회가 아니다. 오히려 선교에 초점을 둔 수도회다. 얼핏, 기도하면서 수도승 삶을 살아가는 수도회가 어떻게 선교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만 선교란 발과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수도승들을 통해 더 깊이 깨달았다.


 특히 한국에 온지 49년 되었고, 사제로 서품된 지 50년이 된 독일 수도승의 삶은 놀라웠다. 그분과 함께 식사하면서 선교사란 이렇게 선교지에 몸을 묻는 것이라 확신하게 됐다. 그분의 한국교회에 대한 열정과 사랑, 그리고 한국 현대교회사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대단했다. 이뿐 아니라, 한국과 독일의 문화적 교류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서도 '선교사'로서 삶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런 한국 문화에 대한 독일 수도승의 이해는 한국어의 정확한 이해가 바탕이 된 듯 했다. 그분이 쓰신 글과 말에서 한국어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선교사 수도승이 침묵 속에 공동체를 이루면서 살아가는 것이, 선교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또 문화 교류가 선교사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 역시 깨달았다.


 선교사는 사목자이면서 때로는 원주민 삶의 질을 개선하는 개발자이기도 하다. 사목과 개발에 열중하다 보면 자칫 선교의 가장 중요한 의미를 놓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침묵 속에서 기도하면서 단순히 자신의 과업을 수행해나가는 일이다. 외로움이 아닌 분주함 속에서 시간을 맞춰 드리는 기도인 하느님과의 깊은 만남일 것이다. 우리는 선교사의 업적과 원주민 사랑에 놀라워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선교사가 묵묵히 기도하면서 지역 사람들과 함께 주님 사랑을 실천한다는 사실이다.


 선교사는 기도와 함께 문화 교류에 힘써야 한다.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면서 선교지 문화를 한국에 소개하는 것이다. 선교사는 글로벌한 세계에서 문화 교류자이다. 선교지 언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습득은 선교지 문화를 정확히 이해하고 한국 문화를 알리는 첩경일 것이다.


 선교지에 파견된 몇몇 선교사의 노력으로 단순히 선교지 교회에 도움을 주는 지역 교회가 아니라, 장기적 전망으로 그 나라 역사와 함께 하는 교회가 돼야 할 것이다. 독일 수도승의 삶이 곧 한국 교회의 역사가 되는 것처럼, 선교사는 파견지 교회 역사를 영적으로 함께 나눌 수 있는 성숙한 그리스도의 증인이 돼야 할 것이다.
 
 외방 선교의 새로운 자극은 거룩한 선교사를 요구한다. 사목적 방법을 혁신하거나, 교회의 역량을 조직하고 조정하거나, 신앙의 성서적 신학적 기초를 정밀하게 탐색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참으로 필요한 것은 선교사들과 그리스도교 공동체 전체와 특히 선교사들에게 긴밀히 협조하는 사람들 사이에 성덕에 대한 새로운 열성을 자극하는 일이다(「교회의 선교 사명」 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