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룡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선교,전례사목부 담당)
얼마 전 서울대교구 가정사목부에서 주관하는 '약혼자 주말'을 체험했다. 혼인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나 결혼한 지 일 년 미만의 부부들이 참여하는 이 프로그램은 두 쌍의 봉사 부부와 담당 신부가 전체 진행을 맡는다.
이 프로그램 봉사자들 이야기를 들으니, 수강자들 중 미신자 쌍도 있고, 남자나 여자 한 쪽이 미신자인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과연 이들이 이 프로그램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있을까? 특히 미신자들이 체험에 동참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이 우려는 사라졌다. 제1강은 수강자들이 자신의 커플을 소개하는 시간이다. 짝꿍의 장점을 알리는 긍정의 논리로 시작했다. 모두 16강으로 이뤄진 이 프로그램은 봉사 부부들과 담당 신부가 주제별로 자신의 체험을 먼저 이야기하고, 교회 가르침을 설명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특히 봉사 부부들의 경험담은 수강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제4강의 '마음의 문을 여는 대화'에서 싸움의 규칙이라는 대목이 기억에 남는다. △다른 논쟁으로 확대하지 않기 △약점 들추지 않기 △과거 들추지 말기 △제3자 개입 금지 △잠들기 전 휴전하기 △유머감각 유지하기 △손잡고 싸우기 등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커플들의 애정행각(?)은 점입가경이었으나 필자는 한편으론 흐뭇했다. 그들 사랑이 좀 더 구체적 사항까지 일치하고 있다는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인상적인 프로그램은 둘째 날 저녁 시간이었다. 깜깜한 강의실에 둥글게 모여 촛불을 밝히고, 신자든 미신자든 각 쌍들이 장래 부부 생활에 대해 자유기도를 바쳤다. 그런데 "좋으신 주님…"이라고 기도하면서, 미신자들 입이 열렸다. 자유기도를 드리기 시작한 것이다. 모든 기도가 끝난 후 안수 예식이 있었는데, 필자와 담당 신부가 머리에 손을 얹는 안수에 미신자들도 참여했다. 긴장되는 엄숙한 시간이었다. 미신자 짝궁들도 역시 같은 마음으로 주님께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점차 그들은 변화되고 있었다. 혼인 생활의 결실을 이루기 위한 다짐과 함께 신앙의 길로 부르시는 주님 초대에 응답하고 있음을 확신했다. 이는 마지막 파견미사 때 확연히 드러났다. 미신자들은 밝은 미소와 함께 짝궁의 손을 꼭 잡고 자신의 체험을 주님과 함께 나누면서 미사에 열심히 참례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거의 모든 미신자 수강생들이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한다고 했다. 약혼자 주말은 분명 복음 선포의 장은 아니다. 하지만 미신자들 마음을 열어 회개하도록 이끄는 간접선교 방법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간접선교는 미신자들 마음을 자연스럽게 열 수 있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미신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본당에서 구성하는 것도 한 사례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본당에 지역민을 위한 문화 강좌를 개설해 가톨릭 정신이 깃든 문학작품을 소개하고, 여러 프로그램에 가톨릭적인 내용을 가미한다면 미신자들도 유익하게 참여해 그들의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선교는 강요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체험을 통해서 하는 것이다. 이것이 현대에 맞는 선교 방법일 것이다. 그들(선교사)이 활동하고 있는 현지의 문화를 인식하고 평가하고 증진하여 복음화함으로써 자신들이 참으로 그 문화와 교류할 수 있고, 나아가 복음의 증거와 백성과의 연대성을 나타낼 수 있는 생활 태도를 가질 수 있다(「교회의 선교 사명」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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