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고통에 비할 순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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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후옥씨는 "빨리 나아서 머리카락을 길러 염색도 하고, 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어서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마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
전후옥(루치아, 50, 수원교구 단대동본당)씨는 하루에 수십 알의 약을 삼킨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먹어야 하는 약, 유방암 수술 후 먹고 있는 약, 백혈병ㆍ폐렴약까지…. 작은 방 모퉁이에는 언제나 커다란 약봉지가 자리잡고 있다. 이렇게 끼니때마다 약을 한 주먹씩 먹지 않으면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
오랜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은 다 빠졌다. 지난 3년 동안 항암치료 여덟 번, 방사선치료는 서른여섯 번을 받았다. 전씨는 항암치료는 많이 받아도 익숙해지지 않는다며, 할 때마다 고통스럽다고 했다.
9년 전, 경제적으로 넉넉하진 않았지만 행복했던 결혼 생활이 남편의 외도로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그리고 조울증이 찾아왔다. 기나긴 불행의 시작이었다. 병원에 입원도 하고 약도 계속 먹었지만 마음의 병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도 먹고 살아야 했기에 몸을 추슬러 식당에서 허드렛일을 시작했다. 조금씩 마음의 안정을 찾아갈 무렵, 오른쪽 가슴에 딱딱한 멍울이 잡혀 병원에 갔다. 유방암 3기라는 진단이 나왔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했지만 몸은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졌다. 하지만 그냥 앉아서 굶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항암치료로 인한 민머리를 숨기려 가발을 쓰고 또 식당일을 했다.
그런데 지난 10월 초 갑자기 계단을 오를 수 없을 만큼 기운이 떨어졌다. 참다못해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니 급성백혈병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이 떨어졌다. 눈물도 나지 않았다. 그저 '이제 그만 하느님 곁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병을 치료하려면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아야 하는데 피붙이 형제 4명 모두 부적합 판정이 나왔다. 조혈모세포은행도 알아봤지만 이식이 가능한 기증자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조혈모세포 기증자를 찾는 것도 문제지만 앞으로 얼마나 들지 예상하기도 어려운 수술비와 치료비만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 다른 형제들도 전씨를 도울 형편이 안 된다. 전씨가 "나보다 더 가난한 동생도 있다"고 말할 정도다.
2개월 동안 치료를 받으면서 얼마 되지 않던 통장 잔고는 바닥났다. 전씨가 가진 거라고는 아들과 둘이 살고 있는 46㎡ 크기 낡은 빌라 한 채가 전부다. 23살 된 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앓아온 심한 아토피 피부염으로 돈벌이를 하지 못하고 있다.
단대동본당 주임 이상헌 신부는 "하느님은 인간이 이겨낼 수 없는 큰 시련은 주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전씨가 겪는 고통은 한 인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전씨가 삶의 희망을 되찾을 수 있도록 따뜻한 사랑의 손길을 내밀어달라"고 호소했다.
전씨는 고통스러울 때면 머리에 가시관을 쓰신 예수님,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기도한다고 했다. 그는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그렇게 큰 고통을 당하셨는데 나의 고통은 그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다"며 애써 웃음을 지어보였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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