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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둥이 손자 손녀와 살아가는 남옥분(가운데) 할머니가 지난해 10월 세상을 떠난 아들 얘기를 하다 눈물을 쏟고 있다. | "글을 모르는데 어떡하니껴. 엄마도 없는 불쌍한 우리 손자들 좀 도와주소…." 3년 전, 경북 안동의 한 영구임대 아파트에 사는 남옥분(80) 할머니는 집 근처 안동지역아동센터(센터장 남정홍 신부)를 찾아가 손자들이 받아온 가정통신문을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조그마한 키와 초라한 행색에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 눈에는 눈물이 글썽였다. 남 할머니는 당시 일면식도 없는 김금주(체칠리아) 사회복지사를 무작정 찾아가 "아이들 아빠는 식물상태인간이고, 엄마는 그날로 도망갔다. 내가 죽으면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하소연을 했다. 할머니의 손자 정환(가명)이와 손녀 미순(가명)이는 올해 초등학교 4학년생으로, 이란성 쌍둥이 남매다. 친구들과 어울려 신나게 떠들 나이지만, 학교에서는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들로 유명하다. 특히 동생 미순이는 교실에서 거의 입을 다물고 있다. 선생님이 질문을 해도 늘 묵묵무답이다. 미순이는 '선택적함묵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오빠 정환이는 말은 곧잘 하지만 자신감이 없다. 예쁘고 화려한 친구들 옷차림과는 달리 여기저기 덧대 꿰맨 옷에 늘 운동복 바지만 입는 자기 모습을 친구들이 싫어할까봐 겁부터 낸다. 남매는 할머니가 눈물로 호소한 뒤부터 학교가 끝나면 안동지역아동센터로 달려간다. 담당사제와 사회복지사들이 늘 따뜻하게 반겨주며 부모 역할을 대신해주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함께 지내면서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하는 등 많이 밝아졌지만, 미순이는 전문적 치료가 시급하다. 남매가 팔순 할머니와 살게 된 데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늘 술에 절어 살던 50대 아버지와 젊은 지적 장애인 엄마는 한 번도 아이들을 따뜻하게 대해주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사랑에 굶주린 아이들이라 말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것이다. 아이들 아버지 김씨는 평생을 막노동과 뱃일을 하면서 살았다. 조금이라도 돈을 손에 쥐면 모두 술을 마셔버렸다. 급기야 4년 전부터 알코올 중독으로 식물상태인간이 돼 집에서 누워 지내다 지난해 10월 세상을 떠났다. 엄마는 남편이 식물상태인간이 되자 집을 나가 소식이 없다. 가장인 김씨가 세상을 떠나자 유일한 수입인 장애인수당도 끊겨 아이들과 할머니 삶은 더욱 궁핍해졌다. 추운 겨울에 할머니가 아픈 몸을 끌고 폐지를 주워 입에 풀칠은 하고 있지만, 아이들 먹고 싶은 것도 못 사주는 형편에 늘 마음이 아프다. 언젠가 미순이가 지역 특산물이라 흔하디흔한 간고등어가 먹고 싶다고 했을 때도 사주지 못해 할머니 가슴에 한으로 남았다. 기초생활수급권자라 약간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영하 10℃를 오르내리는 이번 겨울을 어떻게 나야 할 지 눈 앞이 캄캄하다. 김금주 사회복지사는 "몸이 아픈 할머니가 손자 손녀의 앞날을 걱정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눈물을 쏟고 있다"며 사랑을 요청했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