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하반신 마비로 23년째 누워지내는 최근정씨

namsarang 2011. 1. 23. 14:48

하반신 마비로 23년째 누워지내는 최근정씨

  누워있지만 마음만은 신앙의 활력으로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재개발 예정지역의 한 빌라.  

 

   최근정(아우구스티노, 49)씨가 침대에 누워 창 밖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1989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 누워지낸 지 벌써 20여 년. 건장했던 최씨의 몸은 바싹 마른 나뭇가지처럼 여위고 발바닥은 피가 돌지 않아 검게 변했다.

 

 꿈 많던 20대, 경추가 마비돼 스스로 윗몸을 일으킬 수 없는 절망 속에서 최씨가 할 수 있는 일은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나' 하늘을 원망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어둠 속에도 빛은 있었다.


 병원에 입원한 최씨에게 찾아온 이들은 바로 명동성당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 최씨는 그들의 방문을 받아들여 세례를 받고 주님 말씀을 되새기며 자신을 온전히 하느님께 의탁했다.


 주님의 뜻은 알 수 없었다. 최씨와 함께 살며 손발이 돼주던 누나 최옥희(모니카, 52)씨 가정이 2002년 사업 실패로 한순간에 거리로 내몰렸다. 채권자들에게 쫓기는데다 가족들과 반신불수 처남까지 부양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던 매형은 집을 나가 자취를 감췄다.


 무거운 십자가는 고스란히 누나 최씨의 몫이었다. 빚을 못갚아 형사소송에 휘말렸다. 육가공 공장에서 일해 받는 월 80만 원으로 가족과 동생을 부양했다. 법정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사회봉사를 하며 하반신 마비의 동생과 어린 자녀의 가장 역할을 했다. 하지만 구순이 넘은 아버지마저 치매로 쓰러졌다.


 20년간 대소변 처리를 누나에게 의지해온 최씨는 "사고 후 삶은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삶의 터전이 재개발이라는 폭풍 앞에서 불안하다. 빌라는 전셋집이다. 철거가 시작되면 갈 곳이 없다.


 그래도 최씨는 "누워 있는 동안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고 환하게 웃었다. 최씨는 찾아오는 사람들과 진심어린 대화를 나누면서 말로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선지 본당 신자와 젊은이들이 많이 찾아와 그에게서 오히려 힘을 얻어 간다. 그의 세례명을 딴 '아오스딩(아우구스티노)학교'라는 기도나눔 모임도 생겨났다.


 아오스딩학교 회원 송재옥(마리아) 할머니는 "주로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 최씨를 찾아와 용기를 얻고 간다"고 말했다. 송 할머니는 검게 변한 최씨의 발이 안쓰러운지 이내 눈물을 쏟았다.


 송 할머니는 "재개발 공사가 시작되면 이 식구들이 어디로 옮겨가야 할 지 모르겠다"며 독자들 도움을 호소했다.


백영민 기자 / heelen@pbc.co.kr

▲ "너무나 밝고 희망차게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입니다." 병자영성체를 위해 최씨 집을 방문한 문산본당 김준영신부가 최씨와 이야기를 나누다 크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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