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턱관절 장애 앓고 있는 정승원군

namsarang 2011. 1. 17. 18:21

 

턱관절 장애 앓고 있는 정승원군


"공부에만 매진할 수 있다면..."
▲ 편의점에서 하루 7시간을 일하는 소년가장 정승원군이 할머니 손을 잡고 있다.


아버지 사업 실패 후 부모 모두 가출, 조부모와 살아
아르바이트 벌이는 모두 치료비로, 수술은 꿈도 못꿔



"승원아, 학교 잘 다니고 밥은 잘 먹니?"

"…"

 대구광역시 동구 신기동의 한 임대아파트. 칠순이 가까운 할머니ㆍ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정승원(19)군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5년 전 가출한 어머니 전화다.

 "엄마, 저 턱이 계속 아파요. 수술비가 2000만 원 나온다는데…. 어떡해요?"
 그러나 수화기 속 어머니는 묵묵부답이다. 전화가 끊어졌다.
 턱 관절 이상으로 어렸을 때부터 턱 통증을 호소해온 승원군은 턱관절 장애를 앓고 있다. 왼쪽 턱이 어긋난 상태로 자라고 있어 신경을 잘라내고 어금니 3개를 뽑아야 했다. 음식을 잘 씹지 못하는 것은 물론 교정기를 끼고 있으면 침이 흘러내린다.

 병원에서는 얼굴뿐 아니라 체형까지 망가뜨리는 턱 관절 장애를 교정하기 위해 임플란트와 교정 수술을 권하고 있지만 승원군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남부럽지 않게 살았는데 갑자기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승원아 네가 복이 없어… 부모를 잘못 만나서…."

 옆에 있던 할머니 손태조(69)씨의 주름진 눈가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승원군 아버지는 IMF 때 사업이 망한 후 빚쟁이에 쫓기다 5년 전 가출했다. 신용불량자가 된 후 행방불명됐다. 얼마 후 어머니도 남은 식구들이 잠든 사이 집을 나갔다.

 빚을 갚지 못해 집을 압류당한 남은 세 식구는 거리로 내몰렸지만, 인근 세탁소 주인이 세탁소 뒷방을 내줘 1년 동안 근근이 살았다. 할머니는 동사무소에 찾아가 사정을 눈물로 호소했고,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돼 40만 원 가량의 정부 지원금을 받기 시작했다.

 그 후 임대아파트로 들어왔지만 걱정이 태산이다. 집에는 아버지 명의 빚 독촉 고지서가 은행과 카드사에서 수시로 날라온다. 빚은 3000만 원에 가깝다. 도움을 줄 친인척도 전혀 없다.

 공업고등학교 3학년인 승원군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지난 4개월간 공장 실습을 다녀왔다. 하지만 번 돈은 치아를 교정하는 데 쓰고, 할머니ㆍ할아버지에게 용돈을 드리고, 대학 원서 접수비를 내고 나니 금세 바닥났다.

 최근 승원군은 한 학기 등록금이 100만 원 가량 되는 한국폴리텍대학에 합격했다. 등록 예치금으로 40만 원을 냈지만 60여만 원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산업현장에 필요한 기술을 빨리 습득해 생활고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등록금이 싼 대학을 선택했지만 그마저 입학하기가 여의치 않다. 지금 상태로라면 아르바이트를 몇 개는 더 해야 할 판이다. 현재 그는 편의점에서 하루 7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며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승원군은 "공부에만 매진해도 모자라는 시간에 학비 걱정으로 끙끙대고 있는데, 넉넉한 집 아이들은 학비 걱정 없이 사는 모습이 너무 부럽다"면서 고개를
떨궜다.

 대구가톨릭대 부속 안심종합사회복지관 남정덕 사회복지사는 "승원군은 꿈이 작가이지만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을 일찍 깨닫고 공고에 진학했다"면서 "외롭게 홀로서기를 해온 승원이를 위해 따뜻한 사랑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지혜 기자 /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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