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삶의 보금자리 잃은 대전 원은현 씨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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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은현 씨(왼쪽)가 지난해 5월 불에 탄 자신의 집에 들렀다가 막막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함께한 강승수 신부나 본당 사회복지분과장 김정림씨 등의 위로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하다. |
불길 피하려 뛰어내리다 허리 다치고 폐도 손상 원씨 벌이로는 생활비와 병원비 대기도 힘겨워 설밑, 불에 탄 자신의 집을 다시 찾은 원은현(요세피나, 42, 대전 대화동본당)씨는 억장이 무너진다. 화재 당시 2층 방에서 잠을 자다가 화상을 입은 딸(이아현, 17)이 떠올라서다. 불이 나자 당황한 딸은 불길을 피하려 큰길로 뛰어내리다 허리를 크게 다쳤고, 화재 당시 들이마신 연기로 폐까지 상했다. 때문에 다니던 고등학교도 휴학한 채 통원을 하며 매달 50~60만 원씩 화상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불이 났던 벽을 만지니 콘크리트가 부석부석 부스러져나간다. 휑뎅그렁한 방 두 칸과 부엌, 화장실 등을 바라보는 원씨의 눈길이 처연하기만 하다. 화재 현장을 함께 찾은 대전 대화동본당 주임 강승수 신부, 본당 사회복지분과장 김정림(율리아나, 64)씨의 위로도 귀에 들리지 않는 듯하다. 화재가 났던 집으로 되돌아가고 싶지만, 복구비가 이만저만 드는 게 아니어서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처지다. 화재로 가전제품, 가재도구 하나 제대로 건지지 못한 이들 가족은 지금은 시아주버니와 함께 살던 집에서 나와 5분 가량 떨어진 골목 허름한 주택가에 사글세를 얻어 매달 15만 원씩 내며 살고 있다. 자신도 관절 류머티즘으로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하는 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화재까지 당하면서 고등학교를 나온 아들(이병우, 19)은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오는 8월 군에 입대키로 했다. "지난해 5월 13일 새벽이었어요. 우연히 잠에서 깨 화장실에 들렀다가 나오는데 이상한 냄새가 나서 찾아보니 아들 방에서 연기가 새어나오는 거예요. 워낙 오래된 집이어서 누전이었던 것 같아요. 다행히 아들은 밖에서 잠을 자고 들어오는 바람에 다치질 않았어요. 119에 신고하고 아래층에 달려가 시아주버니와 가족을 깨우고 보니 딸이 2층에서 뛰어내리다가 크게 다치고 말았어요." 화상을 입은 아현양은 요즘 피부 이식과 함께 세 차례나 수술을 하고 재활을 하면서 다친 허리 물리치료를 받고 있는데, 문제는 폐라고 한다. 폐는 재활도 되지 않고, 패혈증 같은 합병증도 우려되기에 큰 걱정이다. 피부재활 역시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건강보험도 적용 되지 않고 약품도 거의 다 수입인데다 비싸다. "아현이를 보면 막막해요. 한창 외모에 신경을 쓸시기라 비뚤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남편(이선수씨)은 2005년에 신부전증을 앓다가 타계한 터여서 생계는 오롯이 원씨의 책임이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연필공장에 취업해 2교대로 12시간씩 10년째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급여는 그리 많지 않다. 한달 110만 원 쯤 들어오는 월급으로 두 자녀와 함께 생계를 잇고 있다. 딸 병원비와 사글세를 주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은 30여만 원 남짓하다. 그나마 집 주인이 월세도 올려달라는 눈치여서 막막하기 짝이 없다. 강 신부는 "초등학교 때 아빠를 잃고 얼마전 화재를 당한 자녀들, 매일같이 주야 12시간씩 일을 하며 월 급여 110여만 원으로 가족을 먹여살리는 엄마를 보고 본당에서도, 지구에서도 돕고 있지만, 평화신문 독자 여러분들도 십시일반 도움을 주시기를 바란다"고 후원을 호소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