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편히 잘 걸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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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형외과 전문의 정진영(오른쪽) 교수가 이광미 수녀와 함께 선천성 만곡족 장애를 안고 있는 로메오 쇼르칼의 손을 잡고 걷도록 해보고 있다. | 복사뼈를 발바닥으로 쓰는 선천성 질병으로 환아18명 마이멘싱 성 빈센트 드 뽈 의원 아이들 수술 지원 호소 전통 복장 샤리로 몸을 휘감은 방글라데시 여인이 아이를 안고 다급한 표정으로 성당에 들어섰다. 성 빈센트 병원 의료진에 진료를 받기 위해서였다. 복합적 족부 변형으로 발이 휘어 복사뼈를 발바닥처럼 쓰는데도 아이를 데리고 한 차례도 병원에 가보지 못한 엄마 프로티마 쇼르칼(26)씨는 무료진료를 한다는 소식에 두 돌이 막 지난 로메오 쇼르칼을 안고 차로 1시간이나 걸리는 길을 한달음에 달려왔다. 환자들이 하도 많이 밀려들어 출입구가 막혀 진료실에 들어가지 못하자 의료진은 이들 모자를 데리고 성당 사제관으로 향했다. 진단 결과 선천성 만곡족(Congenital club foot)이었다. 가능한 한 초기에 수술을 해야 하고, 석고로 고정하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함으로써 휜 발을 교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수술이 힘들어지는데도 이들 모자는 가난으로 병원 문턱을 넘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치료는 가능하다는 정형외과 전문의 정진영(46) 교수의 말이 그나마 이들 모자에게 위안을 안겼다. 벵갈족이지만 침례교 신자인 모자는 시아버지, 시어머니까지 일가족 5명이 다 자전거 인력거인 릭샤를 끄는 남편 로키 쇼르칼(21)에 의지해 산다. 하루 수입은 100~120타카(1580~1900원)로, 한달 내내 벌어봐야 3000타카(4만7500원)쯤 된다. 하지만 노동강도가 이만저만 센 것이 아니어서 2~3일 일하면 하루를 꼭 쉬어야 하는 상황이다. 또 수입 중 일부는 릭샤 임대인에 줘야 하고, 병석에 누워 있는 아버지 뽀꿀리 쇼르칼(50)씨 치료비에다가 생활비를 쓰고 나면 거의 남는 게 없다. 이러니 진료비 100타카에 엑스레이비용 200~300타카, 약값 500~1000타카, 치료비 수천 타카를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다. 전산화단층촬영(CT)이라도 찍으면 온 가족이 몇 달을 굶어야 하는 지경이다. 집도 대나무로 벽체 뼈대를 세우고 양철 지붕을 얹은 조악한 판잣집이어서 집을 팔아 아이를 치료할 수도 없다. 함께 온 아이도 비슷한 사례였지만, 교정이 어렵다는 진단을 받고 낙담한 채로 돌아서야 했다. 마이멘싱에서 성 빈센트 드 뽈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광미(스테파니아) 수녀는 "수술로 쉽게 치료할 수 있는 구부러진 발을 방치하면 결국 평생을 행려자로 구걸을 하며 살아야 한다"며 "이 지역에 18명이나 되는 이런 아이들이 수술시기를 놓치지 않고 치료를 받아 건강한 삶을 누리도록 관심을 갖고 기도해 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또 "심장에 뚫린 구멍을 막는 수술이 절실한 6살 여자 아이 루티마에게 같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며 "이 아이는 소수부족인 갈오족 가톨릭 신자인데 5년 동안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멘싱(방글라데시)=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성금계좌(예금주:평화방송) 국민은행 004-25-0021-108 우리은행 454-000383-13-102 농협은행 001-01-306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