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홀로 살며 결핵 투병하는 황영숙 할머니

namsarang 2011. 2. 27. 14:18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홀로 살며 결핵 투병하는 황영숙 할머니


냉기 도는 방보다 밖이 더 따뜻…
▲ 대구대교구 포항 기계본당 사회사목분과 위원들이 전기장판 하나로 겨울을 나고 있는 황영숙 할머니를 위로하고 있다.

"차라리 밖이 덜 추워요…."

한파가 몰아닥친 11일 포항시 북구 기계면의 한 허름한 농가. 황영숙(78) 할머니가 차가운 마룻바닥에 걸터앉아 있다.

"이제 오지 마소…. 제사상 차려주는 허드렛일을 하며 자식들을 다 키워놨더니, 왜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

황 할머니는 쌀과 반찬거리를 갖다주러 온 기계본당 신자들에게 이제 오지 말라며 손을 내젓는다. 주름진 눈가에 눈물이 흘러내리자 거칠고 뭉툭한 손으로 눈물을 닦아낸다. 손이 차갑다.

함석지붕에 시멘트가 훤히 드러나 보이는 집, 창호지 발린 문 사이로 찬 바람이 새어 들어온다. 15년 전 수해로 구들장이 내려앉아 아궁이에 장작을 떼지 않은 지 오래됐다. 전기장판 하나로 겨울을 났다. 방에는 냉기가 돈다. 마룻바닥에는 밥솥과 냄비들이 굴러 다닌다.

황 할머니는 결핵환자로 한쪽 폐 기능을 상실했지만 치료는 꿈도 못 꾸고 있다. 밤마다 옆구리 통증으로 잠을 설친다.

 "빨리 이 세상을 떠나야지요. 빨리 죽어야 돼요…."

황 할머니는 지긋지긋한 삶을 끝내고 싶어 몇년 전 수면제를 입 안에 털어 넣었다. 그러나 몇 시간 후 차가운 방에서 다시 눈을 뜨고 한참을 슬프게 울었다.

2남 2녀를 둔 할머니는 35년 전 남편과 사별했다. 홀로 자식 4명을 애써 길렀지만 현실은 암담하다. 결혼도 하지 못한 큰 아들은 회사에서 사고를 쳐 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출소했다. 최근 건설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다 허리를 다쳤지만 수술도 받지 못한 채 누워 지낸다.

이혼한 뒤 두 아이 양육을 책임지고 있는 둘째 아들은 지난 달 공장에서 일하다가 쇳덩어리가 배에 떨어져 내장이 파열됐다. 아들은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 중이다. 둘째 아들이 벌어오는 돈으로 큰 아들을 수발하며 생계를 이어왔지만 둘째 아들의 사고로 수입원이 끊겼다.

큰 딸은 농삿일을 하며 시부모를 돌보느라 도와줄 형편이 안 되고, 둘째 딸은 몇년 전 암 투병을 하다 세상을 떠났다. 최근까지 둘째 아들에게 일정 수입이 있어서 정부 보조도 받지 못하고 있다. 끼니는 기계본당 신자들 도움으로 해결하고 있다.

기계본당 사회사목분과장 김성학(그레고리오)씨는 "결핵을 앓는 할머니뿐만 아니라 집은 집대로, 병원비는 병원비대로 온 가족이 너무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며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김경숙 명예기자 tina@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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