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민정, 한국 피겨 여자 싱글의 새 역사를 쓰다
오마이뉴스 | 입력 2011.02.06 10:05
[[오마이뉴스 양형석 기자]
곽민정이 자신이 세운 목표를 달성하며 한국 피겨 여자 싱글의 새 역사를 썼다.
곽민정은 5일 아스타나의 리퍼블리칸 사이클링트랙에서 열린 '제7회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피겨 스케이팅 여자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합계 점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피겨 사상 여자 싱글 선수가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낸 것은 곽민정이 처음이다. '피겨 여왕' 김연아는 주니어 시절부터 그랑프리 시리즈와 세계 선수권 대회에 주력해 동계 아시안게임에는 출전한 적이 없다.
곽민정의 파란만장했던 시니어 데뷔 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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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곽민정은 올림픽이 끝나고 김연아의 어머니가 대표로 있는 올댓 스포츠와 계약을 하면서 김연아가 닦아 놓은 길을 걷기 시작했다. 곽민정 역시 김연아와 함께 브라이언 오서 코치의 지도를 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영원할 것만 같았던 김연아와 오서 코치는 지난 8월 전격 결별을 했고, 오서 코치에게 지도를 받던 곽민정도 본격적인 시니어 데뷔를 앞두고 졸지에 코치를 잃고 말았다.
이후 곽민정은 9월 지현정 코치를 새로 맞이해 그랑프리 시리즈를 준비했지만, 세계 선수권에서 다친 허리가 완쾌되지 못해 알찬 준비를 하지 못했다. 결국 곽민정은 두 번의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9위와 11위에 그치고 말았다.
곽민정은 지난 달 열린 피겨 종합 선수권 대회에서도 김해진, 박소연에 밀려 3위에 머물렀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도 곽민정은 "5위권 진입을 노린다"는 소박한(?)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큰 실수 없는 안정된 연기로 동메달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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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출전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동계 아시안게임도 결코 호락호락한 대회는 아님을 알 수 있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 무라카미 카나코(일본)는 아시다 마오는 출전도 하지 못한 2010 그랑프리 파이널 3위 입상자다.
이마이 하루카 역시 주니어 시절이던 2008년 주니어 그랑프리 벨라루스 대회 1위를 차지했던 유망주다. 2010년 국내에서 열린 4대륙 선수권대회 6위가 역대 최고 성적인 곽민정에 비해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선수들인 셈이다.
4일에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 첫 번째 선수로 출전한 곽민정은 연기를 끝내고 매우 만족하는 표정을 지으며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며 자신의 연기를 자축했다.
곽민정이 받은 점수는 52.65(기술 점수 29.85, 프로그램 구성점수 22.80). 김연아의 70점대에 익숙한 국내팬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런 점수일지 모르지만, 곽민정의 역대 최고 점수와 불과 1.03점 차이 밖에 나지 않은 높은 점수였다.
점수를 확인한 곽민정은 다시 한 번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곽민정은 쇼트프로그램에서 일본의 무라카미와 이마이에 이어 3위에 올랐다.
곽민정은 쇼트프로그램에서 가장 먼저 연기를 펼쳤지만, 5일 열린 프리 스케이팅에서는 가장 늦은 순서인 17번을 받았다. 경쟁자들의 연기를 먼저 보고 연기를 해야 하는 부담스런 상황이었다.
무라카미는 프리스케이팅에서 122,56의 높은 점수를 올리며 합계 177.04로 일찌감치 금메달을 예약했다. 이마이는 합계 167.00을 기록했다.
데이비드 윌슨이 만든 카프리스 보헤미안에 맞춰 연기를 펼친 곽민정은 95.30의 점수를 받아 합계 147.95점을 획득하며 동메달을 확정 지었다.
곽민정은 곽민정일 뿐, 김연아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피겨 여자 싱글 올림픽 챔피언 김연아가 있는 나라지만, 곽민정의 동메달은 한국 피겨 여자 싱글 선수가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받은 최초의 메달이다. 물론 곽민정이 시니어 데뷔 후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낸 것도 생애 처음이다.
올림픽 챔피언 김연아를 목격했던 우리들은 언제나 김연아의 뒤를 이어 세계 무대를 주름잡을 '포스트 김연아'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228.56이라는 비상식적인 스코어를 기록할 수 있는 '괴물'은 자주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김연아의 금메달이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곽민정의 동메달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허리 부상을 이겨 내고 값진 아시안게임 메달을 따낸 곽민정은 이미 그 자체로도 충분히 대견한 일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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