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충만
설화 윤경숙
빈 공간은
정갈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말해준다
구름 없는 빈 하늘이
더 없이 편안해 보이듯
빈 잔이라야 술을 따를 수 있고
빈 가슴이라야
사랑을 담을 수 있다
비어있다는 것은 빈약하다는 것도
가난하다는 것도 아니다
강제로 빼앗기고 박탈당하는 부딪침이 아니고
스스로 비우고 버리는 것은
성숙하고 너그러운 아름다움이다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빈 마음이 좋다는 것
그것은 깨끗하고 순수하다는 것이며
채워지지 않은 욕심으로 가득해서 사는 게
한 없이 고달픈 것은 슬픈 일이다
텅 빈 마음은
인생의 수고를 벗는다는 것이며
그 빈 마음이라면 그대와 나
갈등의 어둠을 뚫고 우리가 되는 것이다
텅 빈 충만
그것은 삶의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