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사설] 2011년 6월 16일 목요일
민주당이 北의 나쁜 버릇 온존시키고 있다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우리의 강력한 경고에도 ‘북 인권법’이라는 것을 기어코 조작해낸다면 북남관계는 완전히 격폐(隔閉·서로 통하지 않게 사이를 갈라놓음)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북한이 이처럼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북한인권법에 몹시 신경을 쓰고 있다는 방증이다. 북한 인권 문제는 가혹한 인권 탄압과 20만여 명이 수용된 정치범수용소를 기반으로 통치하는 김정일-김정은 부자 정권의 아킬레스건(腱)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북한인권법안에 맞서 발의한 북한민생인권법안은 사실상 북한주민지원법안에 불과하다. 이 법안은 국군포로, 납북자 송환,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주의 업무 촉진계획을 만들고 식량 비료 의약품 등 지원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통일부에 인도주의 담당관을 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작 북한 주민의 인권을 억압하는 김정일-김정은 정권의 본질에 대해선 눈을 감고 있다. 기본적 인권 보장을 촉구하는 것은 민족애를 넘어 인류애에 해당한다. 북한민생인권법안은 북한 인권법안에 대한 물타기로 보인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은 어제 “천안함 사건의 경우 북한 아니면 할 사람이 누가 있느냐는 태도는 우격다짐”이라고 강변했다. 국제합동조사단은 북한의 소행임을 뒷받침할 물증으로 ‘1번’이라고 적힌 북한의 어뢰 추진체를 찾아냈다. 잠수정에 의해 이뤄진 폭침 사건에서 이보다 더 확실한 물증이 어디 있겠는가. 정 최고위원은 “정부 발표를 믿지 않는다는 사람이 믿는다는 국민보다 더 많아졌다”고 주장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들쑥날쑥할 수 있다. 그가 명확하게 증빙자료를 제시하지 못하면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 아니길 바라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서 북한의 ‘남북 비공개 접촉’ 폭로와 관련해 “비공개 접촉을 제안한 것은 북한”이라며 “비공개 접촉은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를 받기 위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천안함과 연평도 만행을 저질러 놓고 인정도 않고 사과도 외면한다. 민주당의 일방적 북한 감싸기는 북의 나쁜 버릇을 온존시키는 데 일조할뿐더러 남북관계의 상호주의 구축을 결정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김정일 정권을 두둔하고 이명박 정권을 흔드는 민주당의 행태는 어떤 의미에서 제3국인 중국의 북한 비호보다 더 나쁘다.
북한 주민 9명이 어제 서해에서 목선을 타고 우도 해상으로 귀순했다.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한 주민들이 속출하는 것은 북한이 인권의 지옥임을 알려주는 명백한 증거다. 북 주민을 동토(凍土)에서 구출해야 할 역사적 책무가 우리 세대에 부과돼 있다.
'창(窓) > 게시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상급식 주민투표, 서울시민 선택이 중요한 이유 (0) | 2011.06.19 |
---|---|
IMF와 OECD는 ‘재정 건전화’ 충고하는데 (0) | 2011.06.18 |
대학의 ‘변화와 개혁’ 가로막는 포퓰리즘 (0) | 2011.06.14 |
김관진 “이미 혼을 걸었다” (0) | 2011.06.13 |
야권의 ‘등록금 촛불정치’ 보기 민망하다 (0) | 2011.06.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