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사설] 2011년 6월 18일 토요일
IMF와 OECD는 ‘재정 건전화’ 충고하는데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로 미래지출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재정 건전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우리나라의 재정수지와 국가채무는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양호하다. 유럽 주요국은 강력한 재정건전화 노력으로 재정적자를 줄였지만 미국이나 일본은 경기부양 또는 지진피해 복구를 위한 재정지출 증가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늘어났다.
하지만 우리도 정치권의 무상(無償) 또는 반값 정책 공세가 난무하고 있어 나라살림이 어느 순간 악화할지 모른다. 여야는 연간 3조∼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는 대학생 반값 등록금의 소요 재원은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있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반값 등록금에 대한 기대감을 결정적으로 증폭시켰다.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으로 재미를 본 민주당은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과 반값 등록금 등 ‘3+1’ 공약을 쏟아냈다.
IMF, OECD는 한국이 중장기 재정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거듭 충고하건만 정치권은 우선 쓰고 미래세대에 부담을 지우자는 망국적 공약들을 내놓는 게 우리 현실이다. 정치권의 무상시리즈를 실현하려면 연간 최소 40조 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상급식 1조 원, 무상의료 30조 원, 무상보육 2조 원, 반값 등록금 7조 원이다. 내년 예산의 10%가 넘는 액수다. 내년 총선 대선을 치르면서 여야가 경쟁을 하다 보면 흥청망청 세금을 쓰는 ‘무상’이나 ‘반값’ 아이디어가 얼마나 더 나올지 모른다.
이명박 대통령은 4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내년 선거 등에 따른 재정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말만 앞세우지 말고 여당발(發) 포퓰리즘부터 잡아야 한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반값 등록금을 ‘이슈 선점’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도 있다지만 나라곳간이 거덜 날 줄 모르는 단견이다. 야당도 무책임한 무상시리즈 공약이 당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한국은 경제활동이 가장 왕성한 25∼49세의 핵심생산층 인구가 1953만 명으로 5년 전보다 37만 명 감소할 만큼 저출산이 심각하다. 연금과 의료비 등 돈 들어갈 곳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통일에 대비해서도 막대한 재원을 축적해야 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때 “우후죽순의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는 전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정치권이 혼란스러울수록 정부가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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