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삼위일체 대축일- 사랑은 양보하고 일치하는 것

namsarang 2011. 6. 18. 23:36

[생활 속의 복음]

삼위일체 대축일- 사랑은 양보하고 일치하는 것

박용식 신부(원주교구 횡성본당 주임)    


   오늘은 삼위일체 대축일입니다. 삼위일체란 하느님은 한 분이신데 성부 성자 성령 셋이 있다는 뜻으로, 한 분인 것 같기도 하고 세 분인 것 같기도 한 알쏭달쏭한 내용이지만 반드시 믿어야할 교리입니다.


 옛날에 시골 공소를 방문한 신부님께서 예비신자 할머니에게 질문했습니다.


 "하느님은 몇 분이십니까?"


 "한 분이십니다."


 "그럼 한분이신 하느님 안에는 몇 개의 위격이 있습니까?"


 한참 생각한 할머니는 거침없이 대답을 했습니다.


 "두 개의 위격입니다." 어이없어 하는 신부님께 할머니는 씩씩하게 대답했습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 성당에 갔었는데 그때 벽에 걸려있는 하느님 그림을 봤거든요. 거기에 긴 흰 수염이 있는 할아버지(성부)가 젊은 청년(성자)을 안고 있고 가운데 비둘기(성령)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 할아버지는 벌써 죽었을 거예요. 나도 나이를 먹어서 죽을 때가 됐는데 어렸을 때 본 그 할아버지가 여태껏 살아있을 리가 없잖아요."


 한분이신 하느님이 성부 성자 성령 삼위라는 어려운 교리를 알아들을 수 없어서 생긴 우스갯소리입니다.
 
 하느님은 한 분이시지만 성부 성자 성령 세 위격이라는 삼위일체 신비를 인간의 좁은 머리로 다 알아들을 수는 없습니다. 마치 작은 잔에 큰 양동이의 물을 다 담을 수 없듯이 술잔보다도 작은 인간의 머리로는 바다보다 훨씬 큰 하느님 진리를 다 담을 수 없기에 우리는 따지지 않고 그냥 신앙으로 믿는 것입니다.


 성부 성자 성령은 분명히 다른 위격이지만 사랑으로 일치해 한 분이 되셨으므로 우리도 이웃과 사랑으로 일치하고, 하느님과 사랑으로 하나되면 삼위일체 하느님의 사랑을 알아듣고 체험할 수 있습니다.


 사랑으로 일치하고 하나가 되려면 줘야 하고, 이해해야 하고, 용서해야 하고, 참아줘야 하고, 고통당해야 하고, 양보해야 합니다. 양보는 사랑의 한 가지 방법입니다. 양보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습니다. 양보 없는 사랑은 참 사랑이 아닙니다.


 원수지간인 고래와 새우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났습니다. 외나무다리는 한 명만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아 둘 중 한 명은 양보를 해야 건널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고래와 새우는 한 치 양보도 없이 서로 상대에게만 양보하라고 싸우다가 결국 둘 다 죽고 말았습니다. 죽은 후 해부를 해서 죽은 원인을 규명해보았더니 고래는 허파가 뒤집혀 죽었고 새우는 간이 부어 죽었답니다.


 양보는 사랑의 기술이고 방법입니다.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보류하고 상대의 생각과 행동을 따라 주는 것이 양보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옳고 상대가 틀렸다고 생각하면 양보가 쉽지 않습니다. 사실 자신이 옳고 상대가 틀린 게 확실하다면 양보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신의 판단이 선이고 상대의 판단이 악이라면 양보하지 말아야 합니다. 자신의 행동이 하느님 뜻에 맞고 상대의 행동이 어긋난다면 절대로 양보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판단일 뿐, 하느님께서는 그렇게 인정해 주신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을 하느님께서도 옳다고 동의해주실까요? 아닐 수도 있습니다. 내가 아무리 옳고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도 하느님 보시기에는 틀리고 나쁠 수 있습니다. 하느님 보시기에는 오히려 정반대 생각을 하는 상대의 행동이 더 옳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자신의 생각을 버릴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생각이 틀릴 가능성이 있기에 그것을 버리고 상대의 생각을 따를 준비가 돼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양보할 수 있는 근거요, 양보해야하는 이유입니다.


 삼위일체 대축일을 맞이해 성부 성자 성령 세 하느님께서 사랑으로 한 분 하느님이 되신 것처럼, 부부가 서로 사랑함으로써 한 몸이 되는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양보함으로써 일치하는 것처럼, 우리도 양보하는 사랑을 통해 이웃과 일치하고 하느님과 하나돼야 합니다. 그래야 삼위일체이신 하느님 사랑 안에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