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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 추락은 교육 포기다

namsarang 2011. 6. 25. 20:30

[시론/김이경]

교권 추락은 교육 포기다

 

김이경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학부모나 학생이 교사에게 모욕을 주거나 폭력을 가했다는 보도는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최근 잇따라 들리는 사건들은 교권(敎權) 추락 사례가 극단으로 치닫는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수업 중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압수했다가 전치 8주의 중상을 입은 교사, 수업 중 휴대전화를 쓴 학생에게 엎드려뻗쳐를 잠깐 시켰다가 학부모의 민원 제기로 징계를 당한 교사, 옷차림이 불량한 학생 대신 교장에게 회초리로 맞은 교사의 이야기는 결코 웃어넘기지 못할 우리 시대의 교육 자화상이다.

교권은 교원의 권리 혹은 교육권을 지칭하는 말로, 비단 교사에게 보장된 법률적 권리뿐만 아니라 교육자로서의 인격적 권위를 포함한다. 교육자로서 자율성을 가지고 학생의 사람됨을 만들어가는 권위를 가진다는 뜻이다. 교사가 만인의 사표로서 인격자가 되어야 한다고 전제하거나 ‘스승’이라고 부르는 데는 이런 뜻이 담겨 있다.

최근 사태들은 교사들이 교육자로서 자율성을 가지고 학생의 사람됨을 만들어갈 수 있는 권위를 가지고 있는지 반문하게 만든다. 학생들이 교사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상황이 늘고, 이에 대해 학교가 무방비 상태가 된 것과 관련해 그 원인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학생 체벌 금지나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이 크게 일조하였다는 의견이 많다.

수많은 교육개혁 정책을 고려할 때 학생 체벌 금지나 인권조례 제정이 사태의 원인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나 최소한 사태를 악화시킨 요인인 것은 분명하다.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공교육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정책의 파급효과를 신중하게 따져보지 않은 채 학교와 교사에게 취해지는 일방적 처방책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처방책이 개별 학교의 특성과 구성원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단기간에 획일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교사들이 외국 교사들에 비해 학생 훈육이나 상담 문제로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2008년 교사 대상 국제조사에서 밝혀진 바 있다. 이혼율이 급증함에 따라 가족 기능이 해체돼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증가하고, 폭력성을 조장하는 인터넷게임 중독, 과도한 학력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 학생들의 정서를 더욱 불안하게 하는 요인도 늘고 있다.

 

이런 사회와 가정의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등교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사들은 학력 향상이라는 전통적 기능 외에 정서적 안정을 제공하는 돌봄 기능을 추가로 수행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처럼 학급당 학생 수가 적은 것도 아니고, 교사들이 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교육 여건이 조성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교사들에게는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결여된 학생, 미래에 대한 꿈이 없는 학생들을 성심성의껏 돌보아야 하는 책임이 점점 커지고 있다. 교육적 판단에 따라 학생을 훈육하고 지도할 수 있는 자율성을 빼앗긴 채 말이다.

교사들을 규격화된 표준과 일상적 규칙에 따라 학생에게 지식을 주입하는 공장의 직공으로 간주하고, 그런 표준과 규칙에서 벗어난 교사를 징계하는 현행 풍토에서 학생들은 무엇을 배우겠는가? 수업시간에 통화할 수 있는 자유를 빼앗는 교사에게 덤비지 않는 학생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적 특성과 학생 인구의 특성에 맞춰 교사가 학생을 제대로 교육하도록 하려면 실추된 교권을 다시 끌어올리는 것이 필수다. 교사로부터 학생의 사람됨을 만들어 가는 권위를 빼앗아버리는 것은 교육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교권이 바로 서지 않는다면 공교육 정상화나 교육의 경쟁력 확보는 요원할 뿐이다.

 

                                                                                                                                                                                            김이경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