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의 박주영(26·AS모나코)과 일본의 이충성(26·일본명 리 다다나리·산프레체 히로시마)은 1985년생 소띠 동갑내기다. 각각 태극기와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선봉에 서는 점이 닮았다. '총성 없는 축구전쟁' 75번째 한일전에서 맞붙는다.
조광래(57)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0일 오후 7시30분 일본 훗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일본과 친선경기를 치른다. '져서는 안 되는' 한일전이라는 특수성에 다음달부터 열리는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을 앞두고 갖는 마지막 실전이라 팬들의 관심이 대단하다.
한국과 일본의 공격을 이끌 박주영과 이충성의 골잡이 대결이 백미다. 누가 상대의 골네트를 시원하게 가르고 활짝 웃을까?
박주영은 자타공인 조광래호의 대표 공격수다.
유럽 무대에서 꾸준히 성장했고 풍부한 경험까지 겸비했다. 이번에는 자진해서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홀로 조기 입소했을 만큼 정신적인 무장도 돼 있다. 주장답다.
조 감독도 주장에게 기대하는 정도가 크다. 승부를 결정할 수 있는 골은 물론 주장으로서 그라운드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주길 원한다. 박주영은 나이에 비해 경험이 화려해 이번 한일전에서도 일본의 경계 1호다.
일본에 강한 점도 무기다.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지난해 5월 사이타마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박주영은 쐐기를 박는 페널티킥 골을 터뜨렸다. 일본의 월드컵 출정식을 장례식으로 만든 주인공.
이충성은 재일교포 4세라는 태생적, 신분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일본 축구의 영웅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1월 열린 호주와의 카타르아시안컵 결승에서 연장에 교체로 들어가 우승을 확정하는 결승골을 넣었다. 쌓였던 여러 가지를 날려버릴 수 있는 계기였다.
이후 자신감을 찾은 이충성은 일본이 원하는 대형 스트라이커로 성장 중이다. 현재 일본 프로축구 J리그에서 10골로 득점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들은 7년 전, 한 팀에서 동료로 있었던 적이 있다. 박주영과 이충성은 2004년 18세 이하(U-18) 한국대표팀에 이름을 올려 한솥밥을 먹었다. 이충성이 적응 실패와 기타 이유 때문에 일본에 돌아가기 전까지.
이충성은 "(태극마크를 달고)18세 이하 대표팀에서 박주영, 정성룡과 함께 훈련해 알고 있다. 당시에도 좋은 선수였고 지금도 그렇다"고 말했다.
일본으로 돌아간 이충성은 2007년 일본 국적을 취득했고 이듬해 베이징올림픽에 일본 대표로 출전했다. 그리고 올해 1월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했다. 재일교포 사회에는 큰 힘을 줬다. 안타깝게도 자신의 첫 번째 한일전이 될 이번 한일전에서 활약을 다짐했다.
이충성은 "어린 시절부터 한일전에 서는 것이 꿈이었다. 나의 힘 100%를 발휘해서 일본에 힘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박주영은 경기를 앞두고 침착하게 "얻어낼 수 있는 것은 모두 얻어가겠다"고 말했다.
기대감과 설레임을 안고 있는 것은 박주영이나 이충성 모두 닮았다.
ro0204@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