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예수 성탄 대축일 - 천주의 성모 마리아여 세세대대로 찬미 받으소서!

namsarang 2012. 1. 1. 11:46

[생활 속의 복음]

 

예수 성탄 대축일

- 천주의 성모 마리아여 세세대대로 찬미 받으소서!

서광석 신부(전주교구 신풍본당 주임)


   1월 1일은 천주의 성모마리아 대축일이다. 교회에서 마리아를 천주의 모후로 경축하는 것은 그분이 모든 그리스도인의 모범이시고 우리 신앙이 지향해야 할 모델이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말씀)께서 성령으로 잉태되시어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나셨다. 그 '말씀'인 성자는 하느님(성부)과 성령과 완전한 일체이다. 즉 성부와 성령으로부터 성자(말씀)만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으므로 마리아는 하느님, 곧 천주의 어머님이시다.


 하느님 아버지를 보여 달라는 필립보에게 예수님은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도 내안에 계신다"(요한 14,9-10 참조)고 하셨다. 이것은 성자 예수로 말미암아 은총을 받은 마리아만의 특별한 방식으로 성삼위 곧 성부와 성자와 성령을 안고 계시는 마리아의 정체를 나타낸다.


 마리아는 '말씀'의 어머니가 되라고 할 때와 십자가 아래에서 인간의 어머니가 되라는 예수님 곧 하느님 뜻을 받아들인다. 이로써 성자의 어머니는 또 다른 모성으로 넘어간다. 즉 인간적 모자관계에서 영적 모자관계로 넘어가게 된다.


 예수님이 마리아에게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요한 19,26)라고 하시고, 제자 요한에게 "이 분이 네 어머니시다"(요한 19,27)고 함으로써 마리아에게는 교회가 요한을 통해 자녀로서 맡겨지며, 교회는 요한을 통해 마리아를 어머니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마리아는 모든 신앙인의 어머니가 되셨다.


 "그때부터 그 제자가 그분을 자기 집에 모셨다"(요한 19,27)는 복음은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맡겨진 과업을 나타낸다. 그것은 아우구스티노 성인 말처럼 마리아와 함께 그리스도께로 가는 것이다.
 
 1987년 여름 20대 청년 5명이 함께 차량을 탈취하여 살인과 강도, 강간죄를 짓고 도망 다니다가 2000명 이상이 동원된 경찰에게 체포됐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강력 범죄사건이었다.


 붙잡힌 범인들은 죄의식이나 반성의 여지도 없었고 천인공노할 그들의 죄질과 태도에 사람들이 경악했다. 그들 중 한 범인의 어머니는 부산 자갈치시장 생선장수였다.


 아들의 범죄 소식을 듣고 경찰서로 달려온 그 어머니는 "내가 이 아이를 아비도 없이 기르면서 제대로 먹이지도, 입히지도, 가르치지도 못해서 이렇게 됐으니 이 아이의 죄는 제 죄입니다"하고 절규했다. 돌처럼 굳은 아들 마음은 결국 어머니 사랑의 눈물에 녹았다. 그 청년은 잘못을 뉘우쳤고, 자신의 장기 모두를 기증했다.


 "인간의 그 무엇이 거룩하리요, 어머님의 사랑은 그지없어라"하고 부르는 노랫말에 한 가슴 가득 차오는 어머니! 당신을 죽이고 심장을 빼내어 도망가는 아들에게 그 어머니의 심장이 "얘야 넘어질라 조심하여라"고 했다는 동화 속 어머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머니란 존재 자체는 인간 정서 속에서 너무나 심오하고 생생하다. 이성적으로 고찰해야 할 지적 대상이기보다 시적, 감성적, 마음으로 직관해야 할 대상이다. 찰나 같은 순간을 살다가 가는 세상의 어머니 사랑도 이런데, 우리 영생을 위해 애타(愛他)하시는 영적 어머니 마리아 사랑은 얼마나 크실지 짐작마저도 불가능하다.


 성모님은 성자 예수를 기르시면서 성부께서 성자를 어떻게 사랑하시는지, 또 성자께서 성부를 어떻게 사랑하는지를 가장 잘 알고 계시는 분이시다. 그래서 어머니 마리아는 당신께 의탁하는 우리를 피조물 안에서 하느님이신 '사랑'을 알아볼 수 있도록 가르치며 우리가 이웃을 가장 잘 사랑하게 이끄신다.
 
 포도주가 떨어진 카나 혼인잔치에서 마리아의 중재는 "아직 제 때가 아닙니다"하고 말씀하시는 예수님 계획, 즉 '하느님의 때'를 앞당겨 물로 포도주를 만드시는 첫 기적을 행하게 하셨다.


 한 개인인 엘리사벳을 도우신 마리아는 나의 어머니요, 카나 혼인잔치를 보살핀 마리아는 신앙공동체의 어머니이시며, 십자가 아래에서 인간의 어머니가 되신 마리아는 구원돼야 할 전 인류의 어머니시다.


 때가 아니더라도 하느님 계획을 미리 당기시는 이 어머니 마리아께서 당신 자식인 우리 영육의 모든 것을 위해 그침 없이 주님께 중재하고 계신다. 마리아는 하느님이신 예수의 어머니, 요한과 교회의 어머니, 모두의 그리고 각자의 어머니시며, 우리 육신의 어머니보다 더 어머니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