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 칼날에도 단호했던 13살 소녀
290~303. 스페인 출생 및 선종. 바르셀로나의 수호 성녀 성녀 에우랄리아는 3세기경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났습니다. 로마제국 통치 아래에 있는 모든 지역에서 그리스도교 박해가 대대적으로 일어나던 때였습니다. 성녀가 태어난 곳에서도 박해가 극심했습니다.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는 각 지역 관리들에게 그리스도인이라면 어린 아이와 여자, 노약자라도 봐줄 것 없이 잡아들여 고문하고 처형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13살이던 성녀도 박해의 칼날을 피해갈 순 없었습니다.
성녀에 대한 기록은 성녀가 어떤 고문을 당하다 순교했는지 자세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고문관들은 어린 성녀를 채찍질하고 날카로운 꼬챙이로 살갗을 긁어냈습니다. 성녀에게 끓는 기름을 붓는가 하면 불에 달군 쇠로 살을 지져댔습니다. 유리 조각과 칼날이 박힌 통에 성녀를 집어넣고 길 언덕에서 그 통을 굴리기도 했습니다.
13살 소녀에게 가해진 고문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하느님을 믿지 않겠다는 단 한 마디만 하면 그 끔찍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텐데 성녀는 단호했습니다. 성녀는 결국 십자가에 못박혀 순교했습니다.
성녀 유해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산타마리아델마르대성당에 안치됐다가 14세기 바르셀로나주교좌대성당으로 옮겨졌습니다. 주교좌대성당 내 봉쇄구역 마당에는 13마리 거위가 살고 있는데, 이는 거위농장 근처에서 태어나 13살에 순교한 성녀를 기리기 위한 것입니다. 또 성녀가 유리 박힌 통에 들어가 굴렀던 길은 '성녀 에우랄리아 길'이라 불립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매년 성녀 축일이 있는 2월 둘째 주에 '성녀 에우랄리아 축제'를 성대하게 열고 있습니다. 이 축제는 특히 성녀 또래인 청소년을 위한 행사로, 이 때가 되면 바르셀로나 거리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음악회와 사진전 등이 열립니다.
▲2월 16일. 성 오네시모(St. onesimus). ?~68. 주교
성 오네시모에 관한 이야기는 사도 성 바오로가 쓴 필레몬에게 보낸 서간에 나온다. "나 바오로는 늙은이인 데다가 이제는 그리스도 예수님 때문에 수인까지 된 몸입니다. 이러한 내가 옥중에서 얻은 내 아들 오네시모스의 일로 그대에게 부탁하는 것입니다(…) 나는 내 심장과 같은 그를 그대에게 돌려보냅니다(…) 이제 그대는 그를 더 이상 종이 아니라 종 이상으로, 곧 사랑하는 형제로 돌려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그대가 나를 동지로 여긴다면, 나를 맞아들이듯이 그를 맞아들여 주십시오"(필레 1,8-22 참조). 성인은 필레몬의 노예였는데 어느 날 죄를 짓고 주인에게서 도망쳐 나왔다. 그러다 바오로 사도를 만나 죄를 고백하고 세례를 받게 됐다. 바오로 사도는 성인을 양아들로 삼아 특별히 아꼈다. 세례를 받고 다시 태어난 성인은 바오로 사도를 도와 하느님을 전하는 데 남은 삶을 바쳤다. 성인은 이후 에페소 주교가 돼 사목하다 순교했다고 전해진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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