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18주일

namsarang 2012. 8. 5. 23:32

[생활 속 복음]

연중 제18주일

지금, 참된 생명의 빵이 돼주자

▲ 곽승룡 신부(대전가톨릭대 신학원장)
  

   2010년 1월 11일 아이티 대지진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한국은 대재앙 수준의 지진이 발생한 아이티에 즉시 긴급 구호팀을 파견했다. 빈곤과 질병으로 신음하는 아이티의 노인마을을 운영해달라는 요청도 들어왔다. 한국 천주교회 예수의 꽃동네 형제회와 자매회 수사 수녀들도 현지에 파견돼 노인마을 자립을 돕고 있다.

 #내가 생명의 빵이다

 국제구호활동가 한비야(비아)씨는 대한민국 국토를 넓힌 '광개토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세계 곳곳의 긴급구호 현장을 누볐다. 그가 경험한 긴급구호 체험을 담은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라는 책을 읽고 해외 빈곤 아동 후원을 신청한 사람이 6만 명이 넘는다.

 그들 가운데는 정기후원을 위해 아르바이트 시간을 늘린 대학생들과 매달 돈을 모아 한 아이를 돌보는 초등학생 학급도 있다. 쥐꼬리만한 월급 7만 여 원을 받으며 후원에 동참하는 이등병들, 심지어 정부보조금으로 받는 생활비 17만 원 가운데 다달이 2만 원을 내놓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도 있다. 구호활동가의 삶이 많은 이의 생각과 의식을 깨워 움직인 사례다.

 외국 도움을 받던 한국교회도 역시 도움이 필요한 나라에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남미와 아프리카, 몽골, 동티모르 등에 한국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 선교사들이 파견돼 활동하고 있다. 교구마다 학생 해외봉사활동 역시 활발하다.

 오늘 복음은 "우리 조상들은 광야에서 만나를 먹었습니다"(요한 6,31)하고 전한다. 이 말씀은 제1독서와 관련된다. 이스라엘 자손들의 온 공동체가 광야에서 모세와 아론에게 "당신들은 이 무리를 모조리 굶겨 죽이려고, 우리를 이 광야로 끌고 왔소?"(탈출 16,3)하고 불평했다. 주님은 모세에게 "이제 내가 하늘에서 너희에게 양식을 비처럼 내려 줄 터이니"(탈출 16,4) "너희가 저녁 어스름에는 고기를 먹고, 아침에는 양식을 배불리 먹을 것이다"(탈출 16,12)하고 말씀하셨다.

 "그날 저녁에 메추라기 떼가 날아와 진영을 덮었다… 잘기가 땅에 내린 서리처럼 잔 알갱이들이 광야 위에 깔려 있는 것이었다… 주님께서 먹으라고 주신 양식이다"(탈출 16, 13-15).

 제1독서 말씀은 하느님께서 모세를 통해 광야에서 불평하며 고통을 호소하는 이스라엘 공동체에게 긴급하게 구호양식을 내려주신 장면이다.

 #오병이어, 생활 나눔의 기적

 한편 오늘 복음에서 군중은 오천 명을 배불리 먹인 기적을 체험한 다음에도 계속 예수님을 찾았다. 물고기 두 개와 빵 다섯 개를 가지고 모두 배불리 먹고 남은 광주리가 열두 개나 됐다. 사람들은 기적을 보고 "이분은 정말 세상에 오시기로 되어 있는 예언자시다"하고 말하며 예수님을 억지로 모셔다가 임금으로 삼으려 했다. 주님은 이것을 아시고 혼자 산으로 물러가셨는데도 그들은 예수님을 계속해서 찾았다(요한 6, 14-15 참조).

 주님은 그들 속셈을 알아차리시고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요한 6,27)하고 말씀하신다. 하늘에서 떨어진 구약의 만나 기적 같은 긴급구호와 달리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은 스스로 가지고 있는 먹을거리, 생명거리를 십시일반으로 나누어 먹고도 풍요로웠다는 표징을 뜻한다. 이는 하늘에서 내려와 세상에 생명을 주는 예수님 자신이 빵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표징은 우리 사회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김수환 추기경의 안구기증과 이태석 신부의 희생이 그것이다. 사랑의 열매 같은 사회복지 공동모금운동과 서울대교구의 한마음한몸운동 역시 표징이다. "내 몸이 쓸모가 있다면 기꺼이 나누겠다. 사랑을 받고 있는 존재이기에 나누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씀하신 김 추기경의 정신을 실천하는 재단법인 바보나눔, 그리고 대전교구 한 끼 백 원 나누기 운동도 오병이어 같은 생활 나눔의 기적이다.

 생활 속의 복음은 긴급구호든 생활 속 나눔이든 이웃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지금 참된 생명의 빵이 되어주는 표징이라고 말한다. 다음으로 미루지 말고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나눔은 생명의 빵이 되는 길이다.

 "하늘에서 너희에게 참된 빵을 내려 주시는 분은 내 아버지시다. 하느님의 빵은 하늘에서 내려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빵이다…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요한 6,3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