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겁이 나서 생선 안 드신다고요?
북명(北冥) 바다에 물고기가 있으니, 이름이 곤(鯤)이다. 곤(鯤)의 크기가 몇 천리나 되는지 알 수 없다. 하늘로 올라서 붕(鵬)이라는 이름의 새가 되는데, 붕의 등이 몇 천리인지 아무도 모른다. 붕이 힘차게 날아오르면 그 날개는 마치 하늘에 드리운 구름과 같다. 이 새는 바다가 움직이면 하늘의 연못인 남명(南冥)으로 날아간다. 기이한 일들을 기록한 《제해(齊諧)》에 따르면 붕(鵬)이 남명(南冥)으로 옮아갈 때 물은 3천리를 솟구치고, 바다의 태풍을 타고 위로 9만 리를 오르며, 6개월을 날고서야 쉰다.…<중략>… 쓰르라미와 새끼비둘기가 그것을 보며 비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힘껏 날아올라 느릅나무에 이르는 것이 고작이다. 때로는 거기에 닿지도 못하고 땅에 떨어지고 만다. 뭐 하러 구만리나 날아 남으로 간다는 말인가” |
장자 《소요유》의 명문이지요. 원래 작은 물고기 알을 가리키는 ‘곤’을 거대한 생선 이름으로 쓴 것에서부터 여러 철학적 문제를 던지는, 시원하고 큰 글이지요. 굳이 오늘 이 글을 쓴 이유는 일본 방사능과 관련한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처리 방식과 국제사회에 대한 정보 제공 기피 등은 분명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
정부의 조치와 과학자들의 의견을 못 믿고, 공포를 유발하는 사람들에게 휘둘려 모든 수산물에 대해 공포감을 갖는 것은 비이성적입니다.
정부는 지금까지 후쿠시마 주변 8개현의 50개 수산물에 대해서 수입을 금지해 오다가 사흘 전부터 해당 지역의 수산물은 방사능 오염과
상관없이 국내 유통을 전면 금지하고, 나머지 지역에서 들어온 것에 대해서는 수입될 때마다 매번 방사능 정밀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지금까지 일본에서 수입되는 수산물에서 세슘과 요오드가 검출되면 반송하는 정책을 썼습니다. 일본 수산물에 적용해온 오염 기준치는
100베크렐/㎏로 이에 해당하는 생선을 10㎏을 먹어도 방사능 피폭량은 0.013밀리시버트에 불과합니다. 복부 컴퓨터 단층촬영(CT) 한 번으로
10밀리시버트에 피폭된다고 하니, 수산물에 대한 공포와 괴담은 지나치지 않나요? 그러나 국민의 불안감을 줄이려는 노력이 부족했고 플루토늄,
스트론튬 등의 오염 기준치도 정하지 않는 등 안이한 측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근해에서 잡은 수산물까지 위험하다는 것은 지나칩니다. 결국 우리 어민들과 수산 유통업자들이 추석을 앞두고 피눈물을
흘리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앞바다가 오염됐다고 해도 우리 바다에는 큰 영향이 없습니다. 해류의 흐름에 따라 5년 뒤에 우리나라 바다로 오지만,
그렇다고 해도 태평양에서 방사능이 희석돼 우리 바다는 대체로 안전하다는 것이 과학자 주류사회의 일관된 주장입니다.
지구는 생길 때 방사능 물질 덩어리였고, 지금도 사람들은 자연 상태에서 미량이지만 늘 방사능 물질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화강암과 변성암
암반에서는 방사선이 나오고 있지요. 극지방의 하늘을 수놓는 오로라도 사실 우주에서 날아온 방사선 입자들의 향연입니다.
인도의 케랄라, 미국 콜로라도 덴버, 프랑스의 부르고뉴 주 등 일부 지역은 방사능이 많기로 유명합니다. 부르고뉴 주는 와인 산지로 유명한데, 그렇다면 프랑스 와인을 아예 마시지 않아야 할까요? 무조건 수산물을 기피하는 것은 지구가 얼마나 오래 됐는지, 우주가 얼마나 넓은지, 바다가 얼마나 넓고 깊은지, 스스로 눈을 감는
쓰르라미가 되는 것 아닐까요?
대학 선후배와 저녁을 먹기로 했습니다. 오랜만에 삼각지 ‘원대구탕 집’에서 맛있는 대구탕 한 냄비 먹으려고 합니다. 저는 비록 붕새는
못되더라도, 쓰르라미는 아니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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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성주의 건강 편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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