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9주일 (마태 28,16-20) 연중 제29주일이고, 전교주일이자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해 미사를 봉헌하는 주일이다. 어느 때보다도 수식어가 많이 붙은 주일이지만, 요지는 '전교(傳敎)'와 '복음화(福音化)'다. 예비신자는 자꾸만 줄고, 어떤 이유에서든 교회를 이탈하는 신자들이 늘어나는 추세에 있는 교회 공동체를 생각하면 슬퍼진다. 또 이 시대에 예수님의 기쁜 소식을 세상 사람들에게 전한다는 사실이 이렇게도 힘이 드느냐는 물음 앞에 걱정이 깊어진다.
해마다, 달마다 일상의 모든 믿는 이들의 삶이 세상에 기쁜 소식을 선포하는 일인데, 세상은 별로 달라질 조짐도 없이 점점 반(反) 복음적이고 반 하느님적인 곳으로 치달리는 것처럼 보이니 신앙인의 한 사람으로서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잘못됐다면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졌을까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다.
전교란 무엇인가? 글자대로라면 '가르침을 전하다'는 뜻이다. 좀 더 나가보면, 하느님 가르침을 세상에 전하는 일 혹은 천주교를 세상에 전하는 일이다. 복음화란 무엇인가? 복음화는 세상 안에서 '기쁜 소식이나 복된 말씀이 되게 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전교나 복음화는 결국 하느님 말씀을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고, 전해들은 사람은 스스로 기쁜 소식이나 복된 말씀이 되게 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사는 이 땅이 하느님께서 사람이 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소망하고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가 되게 하는 것이다.
예수님 기도대로 하느님의 뜻이 이 땅에서도 이뤄져 모든 이가 넉넉히 누리고, 모든 죄가 용서되며, 모든 악이 극복될 나라가 되게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주님이신 예수님 말씀대로 이 땅에서 가난하고 굶주리며 울고 짓밟힌 이들이 스스로 그리고 함께 일어나 하느님을 모시고 나누고 섬기는 공동체를 일궈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거기에는 착취와 억압, 불의, 불평등, 사기, 질투, 살인, 전쟁 등등 모든 죄악상이, 죽음의 문화가 더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일이다.
대신에 믿음과 사랑, 나눔과 섬김, 정의와 평화가 언제까지나 꽃피도록 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의 복음화를 위해 애쓰는 일꾼들이 먼저 복음화돼야 한다. 복음화는 사도 바오로 말씀대로 하느님 말씀이신 "그리스도를 옷 입는 일"(갈라 3,27)이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세상의 모든 민족이 하느님의 말씀이신 당신으로 옷 입기를 소망하시면서 당신의 일꾼으로 우리를 부르시고 세상 안으로 보내셨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세상 안으로 보내시면서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지키도록 가르쳐라"(마태 28,19-20)고 명령하셨다.
이 명령은 그분을 주님으로 모시고 살아가는 모든 세례 받은 이들이 받들어 지켜야 할 최고의 사명이다. 이 지상명령을 실행하는 우리는 우리 가운데 언제나 우리를 지켜주시고 붙들어주시며 힘을 실어주시는 예수님께서 계심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를 부르시고 일꾼으로 뽑아주시고 세상 속으로 보내신 분이 직접 "보라, 내가 세상 끝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고 약속하셨기 때문이다. 그분의 약속은 어제와 오늘 유효한 것처럼 내일 또한 유효하고 세상 마지막 날까지 유효할 것이다.
우리를 부르시고 보내신 분께서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기' 때문에 우리는 마음 놓고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우리를 보내신 분과 그분의 말씀을 선포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그 선포는 곧 그대로 그분을 증거하고 증언하는 삶이 돼야 한다. 삶이 그분을 옷 입지 못할 때 그 선포는 거짓말이 되고, 그 거짓말은 온 세상을 병들고 신음하게 할 것이다. 끝에 가서는 부메랑이 돼 결국 자신에게로 되돌아오고야 말 것이다.
사도 바오로는 "그러므로 형제 여러분, 끝으로 우리는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여러분에게 당부하고 권고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느님 마음에 들 수 있는지, 우리에게 배웠고, 또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더욱더 그렇게 살아가십시오"(1테살 4,1).
해마다 돌아오는 전교주일이자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해 미사를 봉헌하는 오늘이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주님께서 파견하신 일꾼으로 '기쁘고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먼저 복음화돼야 하고, 먼저 그리스도를 옷 입어야 한다. 그렇다고 이 시대에 주님의 성실한 일꾼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거나 부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주님께서 몸소 "보라, 내가 세상 끝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고 약속하지 않으셨는가. 그러니 신앙 선조들의 순교 정신으로 그리스도를 옷 입고, 그리스도를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 ▲ 신대원 신부 (안동교회사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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