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마음의 나무에 '노란 리본'을

namsarang 2013. 11. 30. 17:27

[생활속의 복음] 마음의 나무에 '노란 리본'을

대림 제1주일(마태 24,37-44)

▲ 조재형 신부(서울대교구 성소국장)

   대림 제1주일입니다. 대림은 주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4주간을 말합니다. 어떤 마음으로 기다리는지, 무엇을 하면서 기다리는지가 중요합니다. 구약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4000년 동안 '구세주'를 기다렸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시메온과 안나는 구세주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착한 목동들은 주님께 경배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판공성사를 보고, 교무금도 잘 내고, 대림특강도 열심히 듣고, 지난 1년 동안 이웃과 사랑을 나눈 분들은 다가오는 성탄이 기쁨의 기다림, 희망의 기다림, 설렘의 기다림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판공성사도 보지 않고, 교무금 정리도 못하고, 성당에 잘 나오지 못한 분들, 가정생활에 소홀하고, 이웃들과 자주 다툰 분들은 다가오는 성탄이 큰 의미도 없고, 주님의 탄생이 그저 담담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시간, 매년 다가오는 성탄이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했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살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세상은 업적과 실적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님은 우리가 하느님의 뜻을 따라서 살았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십니다. 집안에 손님이 오시면 청소를 하고 손님을 위한 음식을 준비하듯이 우리는 판공성사를 통해서 우리 마음에 오시는 주님을 깨끗한 마음으로 모셔야 하겠습니다.

 저를 기다리는 사람이 제가 좋아하는 선물을 준비하고, 제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면서 기다린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예전에 '노란 리본'이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순간의 잘못으로 오랫동안 가족과 떨어져야 했던 남자가 있었습니다. 남자는 가족들이 자신을 기억하고 기다리고 있을지 걱정이 됐습니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가기 전에 편지를 썼습니다. '만일 나를 기억하고 있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면 마을 입구 큰 나무에 노란 리본을 달아 주십시오. 이제 나를 기억하지 않고 있다면 나를 기다리지 않고 있다면 그 나무에 빨간 리본을 달아 주십시오.'

 남자는 기차를 타고 가면서 생각했습니다. 어떤 리본이 달려 있을까! 드디어 기차는 마을 입구에 정차를 했고 마을 입구에 있던 커다란 나무에는 가지마다 노란 리본들이 수도 없이 달려 있었습니다. 그 노란 리본을 보면서 남자는 기쁜 마음으로 내릴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예수님께 보여 드릴 노란 리본은 무엇일까요? 2014년 대림시기를 지내면서 주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하면서 기다린다면 주님께서도 무척 좋아하실 것입니다.

 어떤 일들이 있을까요? 주님께서는 이미 그 답을 알려 주셨습니다.

 "지금 헐벗고, 굶주리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들을 생각하고 그들과 함께 하십시오. 지금 병들고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십시오." 그것이 주님께서 그렇게 원하시는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타인의 아픔을 함께하기 위해서는 영적으로 자유로워야 합니다. 영적으로 자유로운 사람들은 오늘 주님의 말씀처럼 '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적인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3가지의 자유를 얻어야 합니다.

 첫 번째, 상처로부터의 자유입니다. 상처라고 하는 것은 내 과거 속에 남아 있는 상처도 있고, 무의식 속에 있는 어둠의 상처도 분명히 내 삶을 가로막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번 대림시기에는 그런 상처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기도했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 죄의식으로부터의 자유입니다. 오래 묵은 죄악은 영혼을 병들게 합니다. 정신의학자들이 말하기를 심장병, 위장병, 우울증, 암과 같은 병이 걸리는 중요한 원인 중에 하나는 과거의 깊은 죄의식을 청산하지 못하고 감춰둠으로써 육신의 병으로 드러난다고 말합니다. 죄의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판공성사를 잘 보시기 바랍니다.

 세 번째는 불평불만으로부터의 자유입니다. 다른 말로 이야기를 하면 입으로부터, 혀로부터의 자유입니다. 불평불만이라고 하는 것은 말을 통해서 주변사람에게 상처를 줍니다. 불평불만이 있는 곳에는 사탄의 유혹이 있을 뿐입니다. 이번 대림시기에는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청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우리들은 대림시기를 시작하면서 세 가지의 자유를 묵상하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는 상처로부터의 자유

 두 번째로는 죄의식으로부터의 자유

 세 번째로는 불평불만으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주님께서 좋아하실 '노란 리본'을 우리들 마음의 나무에 가득 매달아 드리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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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재형 신부는 1991년 사제품을 받고 중곡동ㆍ용산ㆍ세검정ㆍ제기동본당 보좌와 적성본당 주임, 서울대교구 사목국 차장, 시흥5동본당 주임 등을 지냈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에서 설교학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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