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복음]
하느님의 마음
연중 제5주일(마르 1,29-39)
▲ 박재식 신부(안동교구 사벌퇴강본당 주임) |
이곳 시골 본당에 와서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새 집 축복식을 하고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귀촌을 해서 부모님이 살고 있는 집 마당 한 편에 집을 짓고 살기로 한 50대 부부의 새로운 보금자리였습니다. 많은 교우들이 함께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미사 후 점심을 함께 들며 교우들과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농사 이야기가 화제가 됐습니다. 신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 특수 작물을 재배하거나 농토를 변경해 축사를 만들 것인지, 아니면 돈은 많이 못 벌더라도 자녀들과 후손들을 위해 벼농사를 지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이야기 끝에 결국은 대의명분을 선택했습니다. 신자들은 “이 나이에 돈을 벌면 얼마나 더 번다고 가장 중요한 벼농사를 포기하고 농부의 자존심을 버리겠느냐”며 벼농사를 택했습니다. 신자들이 결심을 밝힌 순간 저는 힘찬 박수로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돈이라는 ‘우상’ 앞에서 갈등하는 이들이 많은 세상에서 유혹에 굴하지 않고 하느님의 뜻(농사)을 선택한 우리 교우들이 얼마나 멋있습니까! 어르신들은 도시에 사는 자녀들에게 효도를 받으며 편하게 살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유혹을 뿌리치고 생명을 가꾸고 모두가 행복하길 기도하며 사는 형제ㆍ자매님들 마음이 아마도 하느님의 마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가난하지만 하느님을 믿으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오늘 화답송(시편)은 희망과 용기를 줍니다. “주님은 가난한 이를 일으키시고 악인을 땅바닥까지 낮추시네.” 얼마나 신명나는 노래입니까? 만약에 시편의 내용과 반대의 경우라면 이 세상이 얼마나 험악할지 상상하기도 힘듭니다.
이러한 주님의 선택은 예수님께서 많은 병자를 고쳐주시고 마귀를 쫓아내시는 내용이 담긴 복음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실현됩니다. 그러면 복음에서 말하는 병자는 누구일까요? 실제로 병을 앓고 있는 이들을 의미합니다. 또한 여러 이유로 가난한 상태에 있는 이들을 말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이방인,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이들, 과부, 고아 등입니다. 자신이 누려야 할 자유와 평화, 기쁨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이들도 포함됩니다. 예수님은 이처럼 가난한 이들에게 진정한 선물을 주셨습니다.
비록 우리와 같은 신앙을 고백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고 어려운 이들에 대한 우선적인 배려를 선택해 우리에게 참다운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사람들에게 눈을 돌려보려 합니다.
요즘 기도를 바치며 시진핑 중국 주석을 자주 기억합니다. 그는 2013년 3월, 10년 임기의 중화인민공화국 제7대 주석으로 선출됐습니다. 최우선 정책은 부정부패 척결이었습니다. 또 빈부격차 해소, 산아제한(1자녀) 정책 폐기, 1%의 국영기업이 국가 경제의 4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변혁을 약속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지금 부정부패 추방에 앞장서며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많은 정치인들이 그와 비슷한 약속을 했었지만 대부분 ‘말 잔치’로 끝났습니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은 공약을 지금까지 기적처럼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의 약속이 지속적으로 지켜지길 기도합니다.
지난 1월 21일 상하의원들 앞에서 국정 연설을 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여러 번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힘찬 목소리로 미국의 미래를 이야기했습니다.
중점 내용은 중산층과 저소득층 지원 정책이었습니다. 상위 1% 부유층과 거대 금융기관에게 세금을 더 징수해 서민 자녀 보육과 교육에 사용하겠다고 했습니다. 또 4300만여 명의 근로자가 누리지 못하고 있는 유급 병가와 유급 출산 휴가를 보장하겠다고 했습니다. 반대하는 이들에게는 “연 수입 1만 5000달러(약 1600만 원)로 살아 보라!”고 외치며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를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연설 내용이 얼마나 실현될지는 의문이지만 그의 시각이 정말 좋았습니다.
많은 병자를 치유해주시고 가난한 이들을 일으키시고 마음이 부서진 이를 고쳐주신 예수님의 모습을 통해 삶의 중심을 잡아봅니다. “감사!”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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