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현충일·성체 성혈은 희생에 대한 감사

namsarang 2015. 6. 7. 13:54

 

[생활 속의 복음]

현충일·성체 성혈은 희생에 대한 감사

 

성체 성혈 대축일(마르 14,12-16. 22-26)


 

▲ 박재식 신부(안동교구 사벌퇴강본당 주임)



시골은 힘들고 바쁜 모내기를 마쳤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주변을 돌아보면서 간단한 집안일을 하는 시기입니다. 저도 농번기에 사제관 뒤뜰 50평(165㎡) 정도 되는 조그만 밭에 일손이 가장 적게 드는 고구마와 채소 몇 종류를 심었습니다. 지금은 그 밭에서 소출 되는 농작물로 시골 밥상을 차려서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이른 더위 때문에 밖에서 하는 운동은 가급적 삼가고 있습니다. 사제관 안에서 이리저리 잡다한 생각을 해봅니다. 6월에 생각하는 중심 주제는 늘 현충일이었습니다. 현충일을 제정한 이유를 찾아봤습니다.

“국권 회복을 위하여 헌신, 희생하신 순국선열과 전몰 호국 용사의 숭고한 애국, 애족 정신을 기리고 명복을 기원하기 위함이다.” 일제 강점기에 독립을 위해 희생하신 모든 분도 순국선열에 포함됩니다.

현충일의 기원은 1939년 임시 정부 의정원이 을사늑약(1905)이 체결됐던 11월 17일을 ‘순국선열 공동 기념일’로 지정한 것이었습니다. 독립 운동가들을 기리는 것이 주된 의미였습니다. 그런데 현재 현충일은 6ㆍ25전쟁이 발발한 6월(6일)이어서인지 아니면 어린 시절 받은 교육의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6ㆍ25전쟁에서 전사한 순국선열을 기리는 데 너무 치우쳐 있지 않나 싶습니다.

현충일에는 독립 운동가와 순국선열의 희생에 감사드립시다. 그분들이 삶을 봉헌해 존재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그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공화국(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체제)이라는 국가 이념을 잘 실천해야겠습니다. 현충일이 몇몇 대기업이나 소수 지식인이 아닌 국민 전체의 이익과 복지 실현을 위해 정부와 국민이 함께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날이 되길 바랍니다.

6ㆍ25에 대해 러시아 정부에서 발표한 공식 문건은 민족 전쟁의 비극은 북한의 김일성과 박헌영 등이 자신들의 이념을 실현하고 한반도 내에서 정권을 잡기 위하여 일으킨 비극적 사건임을 증언합니다. 소수의 이익을 위한 생각과 행동이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르게 했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모두에게 얼마나 큰 손해를 끼치고 있는가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우리를 위해 당신의 삶을 봉헌하신 예수님의 희생은 우리 모두에게 얼마나 큰 희망과 기쁨을 주는지 모릅니다.

오늘은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예수님 희생으로 새로이 탄생하게 된 인류가 예수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날입니다. 또 ‘나눔과 섬김’의 삶을 살아가신 예수님을 기억하고, 예수님처럼 살아가기로 다짐하는 날입니다.

히브리서 저자는 당대(서기 70년경) 애타게 바라던 예수님의 다시 오심이 늦어지면서 세상의 박해와 갈등으로 방황하던 교우들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우리가 신앙으로 고백하는 예수님은 “세상을 창조하셨고 그리스도이며 하느님의 창조물인 천사들보다 그리고 그 어떤 예언자보다 탁월하고 뛰어나다”고 말합니다. 그러니 이상한 종교나 새로운 영성운동(영지주의)의 유혹에 흔들리지 말고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서 “우리는 우리가 들은 것을 더욱더 명심하여, 빗나가지 않도록 해야 하겠습니다”(히브 2,1)라고 말합니다. 복음에 충실하며 흔들리지 않는 삶을 요구합니다.

이러한 삶을 예수님의 강생을 설명한 히브리서 2장 5절에서 18절까지 4단락(5-8:만물을 다스리시는 예수님, 9-13:죄로 인한 죽음과 고통을 통하여 인간을 구원하신 주님, 14-16:악마를 파멸시키신 주님, 17-18:자비롭고 충실한 대사제이신 예수님)으로 나누어서 설명합니다.

인간이 되신 주님께서는 당신의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심으로 죄의 고통과 두려움을 죽이셨으며, 죽음의 공포 때문에 죄의 종살이에 얽매여 있는 우리를 풀어주시고 우리를 당신의 형제로 초대하신다는 내용입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삶과 행적을 기억하고 생활하는 것의 중심이 바로 성체성사입니다.

오늘도 내일도 매일 들은 것을 명심하며 세상에서 ‘나눔과 섬김’이라는 성찬의 삶을 살아갑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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