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복음]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성 김대건 사제 순교자 대축일(마태 10,17-22)
▲ 박재식 신부(안동교구 사벌퇴강본당 주임) |
한여름입니다. 7월이 되면 여름 휴가와 방학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올해 7월은 전염병, 바이러스 때문에 참 고민이 많은 시기가 됐습니다. 이번 여름에는 멀리 여행을 떠나기보다는 근처에 사는 친지를 만나 감사의 고백을 하고, 서로 위로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듯합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자기 계발을 위해 노력해도 미래가 불안한 상황입니다. 누구 하나 믿고 살아가기가 힘든 사회입니다. 정부는 많은 이들을 위한 정책을 결정한다지만 실상은 소수의 엘리트와 부자를 위한 결정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시ㆍ도 단체장이나 국회의원 등 지역을 위해 일해야 하는 이들은 중앙정부의 원의에 따릅니다. 우리(가톨릭)를 비롯한 모든 종교는 현실의 아픔과 어려움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도덕적 가르침으로 더욱더 현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워가고 있는듯 합니다.
오늘 우리는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성인을 기억합니다. 인터넷 검색을 비롯해 여러 방법으로 김대건 신부님에 관한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김대건 신부님 삶에 대한 설명은 공통적으로, 대략 이렇게 시작됩니다. “1821년 충청도 솔뫼마을에서 태어난 성인은 어려서부터 비상한 재주(훌륭한 재주)와 굳센 성격(강한 의지력)과 진실한 신심(경건한 신심)으로 생활하던 중…”
즉 어릴 때부터 특출했다는 말인데, 김대건 신부님이 비상한 재주와 강한 의지력을 지녔다고 판단한 근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 사제 순교 성인 몇 분을 더 찾아봤습니다. ‘베트남의 성 안드레아 둥락 사제 순교자는 1785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세례를 받고 사제가 되어….” “일본의 성 바오로 미키 사제 순교자는 오사카 인근의 무사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와 함께 세례를 받고…” “베드로 샤넬 사제 순교자는 프랑스 벨리 근교 가난한 농부 집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목동으로 지내다가 16세 때 소신 학교에 입학했다”고 기록돼있습니다.
성경에 언급된 신앙 선조 대부분은 어른이 됐을 때도 평범하거나 그에 못 미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예로 아브라함이 있습니다. 75세에 하느님의 약속을 믿고, 이사악이 태어날 때까지 신실하게 하느님 말씀을 따라 생활했습니까?
“그 땅에 기근이 들었다. 그래서 아브람은 나그네살이하려고 이집트로 내려갔다. 그때 아내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내 누이라고 하시오. 그래서 당신 덕분에 내가 잘되고 내 목숨을 지킬 수 있게 해주시오”(창세 13,10-20)라는 기록에서 볼 수 있듯이, 자신의 목숨을 위해 부인을 파라오에게 내주는 겁 많고 부도덕한 사람입니다. 또한 사라이의 몸종 하가르에게서 대를 이으려 하였다는(창세 16,2) 기록에서, 하느님과의 약속을 얼마나 의심하고 살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유다인이 가장 존경하는 다윗의 일생은 어떠했나요? 그 외에도 엘리야, 요나 등 많은 예언자가 하느님의 선택을 받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도망 다녔습니다.
저는 이렇게 평범한 이들이 더 마음에 끌립니다. 어린 시절부터 특출한 재능을 지닌 영웅을 닮기에는 애초부터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영웅을 포기하고 저 멀리 있는 이야기 속 한 주인공으로, 혹은 소설 속의 한 인물로 투사(透寫)하게 됩니다.
교우 여러분은 어떤 성인(聖人) 순교자를 만나고 싶습니까? 그저 바라만 보아야 하는 초인적 능력을 지닌 분을 원하시나요? 아니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신앙생활에 대해 갈등을 겪고 죄를 범하지만 회개하면서 결국은 하느님 말씀을 따라 살아가는 성인을 원하시나요?
그래서 저는 기도 드립니다.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이라는 말씀으로 기뻐할 수 있는 신앙인, 김대건 신부님의 “모든 신자는 천국에서 만나 영원히 복을 누리기를 간절히 바랍니다.”(김대건 신부의 편지 중)라는 말씀을 통해 갈등과 어려움을 극복하는 떳떳한 신앙인이 되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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