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복음]
영웅이신 예수님
연중 제15주일 (마르 6,7-13)
▲ 박재식 신부(안동교구 사벌퇴강본당 주임) |
신문과 TV에 관심을 끄고 살아가기로 결심을 해봤습니다. 언론에서 거짓과 슬픈 소식만을 전달하고 있는 현실이 힘들었습니다. 차라리 눈과 귀를 막고 살자고 다짐했지만, 결국은 신문ㆍ방송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언론을 통해 많은 영웅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과 함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 메르스 때문에 고통받는 환자들과 그들의 가족을 돌보는 의료진의 소식을 접하면서 너무나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지금 우리 사회에 있는 이들처럼 눈물 흘리고, 좌절하고, 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회개와 자유를 통해 진정한 기쁨을 선포하라고 말씀하시며 제자들을 파견하십니다.
“그리하여 제자들은 떠나가서, 회개하라고 선포하였다. 그리고 많은 마귀를 쫓아내고 많은 병자에게 기름을 부어 병을 고쳐주었다”(마르 6,12-13).
이것이 바로 예수님과 제자들이 행동으로 하느님 나라를 실천한 것이며, 우리 그리스도인의 행동지침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두 가지 경험을 나누며 제 자랑을 할까 합니다. 용서를 부탁합니다. 16년 전 병자 영성체를 다닐 때 일입니다. 한 할머니께서 제가 방문할 때마다 점심을 주문해 주셨습니다. 그때만 해도 간병인 제도가 보편화 돼 있지 않아서 환자 집에 방문하면 정결하지 못한 환경과 독특한 냄새 때문에 솔직한 심정으로 빨리 나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의 정성을 외면할 수 없었기에 식사를 했습니다. 방문이 이어지면서 서서히 아들과 어머니 같은 관계가 형성됐습니다. 페루 선교를 준비하면서 할머니와 만남은 중단됐습니다.
성골롬반외방선교회 본부에서 교육을 받던 어느 날, 수업 도중 전화가 와서 받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전화를 해보니 할머니의 가족이었습니다. 그는 “임종 전에 할머니께서 마지막으로 신부님과 통화를 원하셔서 전화를 드렸다”고 말했습니다. 순간 죄송한 마음과 함께 마음속으로부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할머니를 위한 미사와 기도를 봉헌했던 기억이 납니다.
페루 리마본당에서 사목하던 시절 매주 목요일에 미사를 봉헌하던 한 공동체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미사 후에 눈에 확 띄는 미모의 여성이 다가오더니 “집에 계시는 할아버지에게 병자성사를 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혹시 거짓말로 나를 납치하려는 것은 아닌가?’, ‘나를 유혹해 금품을 노리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교우들과 함께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유혹과 위험으로부터 보호를 받고, 증인(신자)을 통해 제 행동에 대한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여인의 이야기는 사실이었습니다. 80대 초반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한 달 사이에 말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정성을 다해 병자성사를 베풀고 가족들에게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할아버지와 자주 대화를 나누고 성경을 읽어드리고 기도를 해드리라”고 부탁했습니다.
한 달 정도 지난 후 그 여인이 미사에 나타났습니다. ‘이제는 장례미사를 청하러 왔나? 아니면 더 병세가 악화돼 따지러 왔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여인은 공지 시간에 발언권을 요청하더니 “빠드레(아빠, 신부) 토마스가 우리 할아버지를 위해 기도하고 가신 다음 날부터 할아버지가 걷기 시작했고, 말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대단히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한동안 동네에 ‘기적을 일으키는 신부’라는 소문이 돌아 미사 참례 신자도 많아지고 대접도 잘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즘은 플루타르크의 「영웅전」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 ‘테세우스전’에 보면 테세우스는 진실한 마음으로 마을과 가문들을 찾아다니며 “아테네를 왕이 없고 민중에 의해 다스려지며 모든 사람에게 완전한 자유와 평등을 주는 도시국가로 만들겠다”고 약속합니다. 우리에게서 편견과 이기심이라는 병, 명예와 성공이라는 우상, 거짓이라는 마귀를 퇴치하시는 예수님에게서 진정한 영웅의 모습을 봅니다. 우리들의 영웅이신 예수님!
'생활속의 복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수님과 함께 위기 극복을 (0) | 2015.08.02 |
---|---|
생명의 빵인 예수님 (0) | 2015.07.26 |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0) | 2015.07.05 |
보이지 않는 가치 (0) | 2015.06.28 |
화해와 일치는 대화를 통하여 (0) | 2015.06.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