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복음]
하느님의 일, 사람의 일
연중 제24주일(마르 8,27-35)
![]() |
▲ 박재식 신부(안동교구 사벌퇴강본당 주임) |
올여름을 너무 힘들게 지냈습니다. 날씨도 무척 더웠고, 경제ㆍ정치 상황도 1997년 이후로 최악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세월호 참사 1주기에 일어난 사회적 갈등, 예비군 사격 훈련장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사건, 새로운 신분 관계(갑과 을)의 현실, 메르스라는 바이러스의 공포로 서로가 믿음을 잃어버린 시간, 정치권과 정부기관의 부정부패ㆍ능력 부족(거짓 정보로 확인된 황병서의 숙청설 등), 민간인 사생활 사찰… 신뢰가 무너진 시간이었습니다.
게다가 요즘의 중국 경제 위기는 더욱 힘든 시간이 닥칠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의 근본은 어디부터일까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소식으로 하루와 한 해를 시작하기가 그렇게 힘든 것일까요? 만나는 사람마다 “힘들다”는 이야기뿐입니다. 이런 어려움이 발생하는 근본적 이유는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용서하고 돕고 살아야 한다’는 기본에 충실하지 않고 개인주의적 삶을 살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요즘 말로 ‘한창 잘 나갈 때’ 제자들에게 자신의 신원에 대해 질문하십니다. 그러자 제자들은 주변의 평가를 이야기하며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마르 8,29)라고 고백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최고의 평가를 접하시고는 자신의 수난을 예고하십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일’과 ‘인간의 일’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진정 하느님 나라의 백성으로 살기를 원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에서 사상과 이념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진리를 실천하고 따르는 삶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인생의 행복과 불행을 여러 관점에서 이야기합니다. 성경은 인간이 하느님의 초대에 응답하면서 세상의 주인으로, 세상 창조사업의 협력자로 살아갈 때 인간으로서 존재 이유(창세 1,28)를 알고 행복을 느낀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에 반해 상대와의 비교(카인과 아벨)나 물질적인 풍요ㆍ특권(다윗과 솔로몬)을 지향할 때는 죄를 범하거나 눈물을 흘리며 살아가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일’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사랑과 자비에 감사를 드리며 하느님의 모상(image)으로서 실상(reality)인 하느님을 닮아가는 모든 행동과 생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 ‘인간의 일’은 ‘허상’인 인간을 중심으로 인간관계를 맺어가는 것입니다.
추석을 준비하는 시골 어르신들은 정말 바쁘게 움직입니다. 자식들을 위한 선물도 준비해야 하고, 주변 사람들의 긍정적 평가를 기대하면서 한 해 노동을 마무리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타인의 이목과 관점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 괴로움을 겪기도 합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신뢰와 용서 그리고 하느님을 중심에 두고 살았는지 되돌아보기보다 외적으로 드러나는 성과와 사회적 성공이라는 평가에 집중하게 되는 것입니다.
앙드레 지드는 자신의 소설 「좁은 문」에 등장하는 제롬처럼 ‘허위의 탈’ 속에 자신을 감추지 말고, 진리를 따라서 정당한 사실에 근거를 두고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하느님의 일’을 행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멋지고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행복과 멋’을 생각하면 두 사람의 운동선수가 떠오릅니다. 한 사람은 축구선수 차범근입니다. 뛰어난 운동 실력으로 유명하지만 저는 1980년 레버쿠젠과의 경기에서 자신에게 고의적이고 치명적인 반칙을 한 위르겐 겔스도르프 선수를 용서한 일이 먼저 생각납니다. ‘용서’라는 ‘하느님의 일’을 실천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인물은 핸드볼 선수 윤경신입니다. 지금까지도 독일 핸드볼 리그(분데스리가)에서 전설로 불리는 선수입니다. 그의 진정한 전설은 10여 년간 활약한 소속팀 ‘굼머스바흐’ 가 재정난으로 힘들어할 때 타 팀으로 이적하지 않고 모금 활동을 하고 자신의 집과 차를 담보로 잡히면서까지 구단을 살려낸 일입니다. 두 사람은 돈과 명예를 추구하기보다는 ‘용서와 신뢰’라는 하느님의 일을 행한 멋진 사람입니다. 하느님의 일은 진정한 인간의 행복입니다. 행복하십시오. 교우 여러분!
'생활속의 복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로와 사랑의 축제를 (0) | 2015.09.27 |
---|---|
“조상님들, 존경합니다!” (0) | 2015.09.20 |
최고의 선물인 대화 (0) | 2015.09.06 |
올바른 관계는 전통을 넘어서 (0) | 2015.08.30 |
오늘도 주님과 함께 (0) | 2015.0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