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위로와 사랑의 축제를

namsarang 2015. 9. 27. 17:50

[생활 속의 복음]

위로와 사랑의 축제를

 

한가위(루카 12,15-21)


 

▲ 박재식 신부(안동교구 사벌퇴강본당 주임)



지난 8월 14일 우리 본당에서는 광복 70주년 기념 음악회, 그리고 70세 생신을 맞는 ‘해방둥이’ 어르신들을 위한 칠순잔치를 열며 축제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70여 명이 살아가는 작은 마을에 500명이 넘는 손님이 모여들었습니다.

300여 명이 오실 것으로 예상했기에 손님맞이에 약간 어려움이 있었지만, 손님들이 자발적으로 봉사를 해주신 덕분에 멋진 축제가 됐습니다. 손님들은 어르신들의 정성 어린 손님맞이에 감동하기도 했습니다. 진정한 축제는 준비된 음식과 잘 차려진 내용물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성과 감사’라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동이 바로 축제의 본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가위라는 명절이 아마도 이런 환희와 감동의 시간이 아닐까요. 페루에서 생활할 때 가장 그리웠던 한국의 문화가 바로 ‘한가위의 마음’이었습니다. 빈부 차이와 세대를 초월해 ‘대화와 만남’이라는 소중한 매개체를 통해 고통으로 힘들어하는 이를 격려하고 용기를 주는 것이 바로 한가위의 마음입니다. 지금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감사함’을 잊지 않도록 하고 공동체 구성원임을 기억하게 하는 한가위의 마음은 너무나 소중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 소중한 축제를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한가위 연휴를 맞아 공항으로 몰리는 인파, 너무나 많은 것을 포기해서 타인들 앞에 나서길 꺼리는 젊은이들, 만날 가족도 고향도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가위 때 한자리에 모여도 대화하기보다는 TV와 먹거리에만 집중하기도 합니다.

지난달 본당 어르신들과 함께 영화 「암살」과 「베테랑」을 관람했습니다. 다들 연세가 지긋한 분들이라 그런지 시대 배경이 일제강점기인 「암살」을 보며 자신들의 부모님들이 걸어온 힘겨운 삶의 여정을 생각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눈물을 흘리는 분도 계셨습니다.

약산 김원봉 선생님이나 신흥무관학교 등 독립투사, 독립군 양성학교를 알게 됐고 비록 영화에서 만들어낸 허구적 인물이지만 독립군 최고 저격수 ‘안옥윤’과 같이 독립을 위해 애쓴 모든 분들께 감사드렸습니다.

영화 속 ‘염석진’이라는 첩자는 “해방이 될 줄 몰랐으니까… 해방될 줄 알았으면 변절했겠느냐?”라고 외칩니다. 그의 외침을 들으며 진정 어리석은 자의 삶이 무엇인지 보게 되었습니다. 변절자의 마지막 외침은 오늘 복음에서 어리석은 자가 외치는 모습(루카 12,18-19)으로 생생하게 묘사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인간의 생명을 결정하는지에 대해 그릇된 판단을 하는 사람이 바로 ‘어리석은 자’라고 선포하십니다. 시간과 공간의 틀 안에서만 집착하고 판단해 이뤄지는 행동과 결과물들이 바로 어리석은 자들의 삶이라 말씀하십니다.

철학자 플라톤은 동굴에서 탈출해 허상인 그림자에서 벗어나, 진실이자 실상인 영원한 가치를 향하는 삶이 바로 인간 본연의 모습이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삶은 예수님께서 초대하시는 진리에 응답하는 것입니다. 또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통해 영원한 삶을 희망하며 살아가는, 슬기롭고 지혜로운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또 다른 영화 「베테랑」을 보면서 어르신들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비록 영화 속 내용이지만 재벌과 공권력의 결탁,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들과 평범한 우리와의 차이, 이중국적 등을 이용해 국민으로서 의무를 저버린 이들, 마약과 약물로 인간다움을 포기하게 하는 사회 모습을 보면서 한 어르신은 “신부님, 이러니 젊은이들이 자살하는군요!”라고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그 어르신의 말씀을 들으며 분노와 아쉬움이 교차했습니다. 그리고 어리석게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연민과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중국 증시 폭락, 가계ㆍ정부의 부채 증가, 수출 감소 등으로 오늘날 우리 사회는 그리 밝지 못합니다. 어리석음에서 탈출해 하느님 안에서 위로와 사랑이 함께하는 추석 축제를 즐겼으면 합니다. “주님 안에서 즐거워하고 기뻐하여라”(시편 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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