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부자와 좋은 사람

namsarang 2015. 10. 11. 22:55

[생활 속의 복음]

부자와 좋은 사람

 

연중 제28주일 (마르 10,17-30)


 

▲ 박재식 신부(안동교구 사벌퇴강본당 주임)



복음을 통해 가끔 위로를 받기도, 용기를 얻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은 제게 크나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그 이유는 예수님께서 시대 상황과 당신을 따르는 제자들의 처지를 고려해서 말씀하시기보다는 당신의 생각과 관점을 확실하게 보여주셨기 때문입니다. 또 사회·정치·종교적으로 외면당하고 차별을 당하는 이들을 먼저 배려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바탕으로 모두에게 희망을 선포하셨기 때문입니다.

윤리적인 생활을 하며 종교적으로는 조상과 율법학자들의 가르침을 충실하게 실천했던 부자 청년은 “가서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어라”(마르 10,20)는 예수님의 초대를 거부하고 다른 길을 걷게 됩니다. 복음서는 “그가 많은 재물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합니다.

복음서에서 지적한 ‘많은 재물’은 무엇일까요? 단순하게 문자적 해석에 머무르면 물질을 말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예수님 말씀에 대한 더 정확한 이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각자 주어진 삶의 상황과 처지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경제적ㆍ법률적 측면과 주변 사람들의 평가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세 가지 모두 긍정적일 때 ‘많이 가진 자의 삶’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주변에는 세 가지 혹은 그중 한두 가지가 부족한 사람이 많습니다. 그로 인해 괴로움과 고통을 지니고 살아가는 이들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지식이 있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아도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게 존경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정치인, 재벌그룹 사주, 법조인, 종교인들이 그런 부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들이 주변 사람에게 좋지 못한 평가를 받는 이유는 하느님, 국가, 사회, 부모 그리고 이웃에게 받은 많은 혜택과 능력을 자신만을 위해서 사용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들의 관점에서 모든 것은 자신의 창조물이고 또 다른 자신이기에 포기할 수 없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들에게 ‘많은 재물’은 19세기 철학자 포이에르바흐의 「인간학적 유물론」에서 말하는 신(神)으로 보일 것입니다. 포이에르바흐는 “신이란 인간이 자기의 소원과 이상을 객관 세계로 투사하여 마치 그것이 독립한 실재인 것처럼 상상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많은 재물’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느님과 동등한 위치에 둔, 삶의 바탕이 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공자와 제자 자공의 대화를 통해 예수님의 가르침을 생각해보겠습니다. 하루는 자공이 공자에게 “선생님,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입니까? 마을 사람들이 모두 어떤 사람을 좋아한다면 그 사람은 좋은 사람입니까?”하고 질문했습니다.

공자는 “그렇다고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번에는 제자가 “마을 사람들이 미워하는 사람은 어떻습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그 역시 좋은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다. 진정으로 좋은 사람은 마을의 좋은 사람이 좋아하고, 마을의 좋지 않은 사람들이 미워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다”라고 답했습니다.

공자가 말하는 ‘좋은 사람’이란 주어진 삶 속에서 예(禮)와 서(恕)를 실천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입니다. 또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사람, 즉 자기 멋대로 행동하고 다른 사람을 함부로 대하며 자기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람을 변화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이입니다. 그리고 ‘나쁜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 옳지 못한 행동을 해도 모른 체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진리를 왜곡하고 기회주의적으로 살아갑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의 가치(많은 재물)에 기반을 둔 삶에서 탈출해 영원하고 변치 않는 진리를 따라 살라고 초대하십니다. 우리 모두 다른 신을 창조하는 부자 청년이 아니라 세상에 하느님을 드러나게 하는 좋은 사람이 됐으면 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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