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그리스도를 닮은 사람들

namsarang 2015. 11. 22. 15:18

[생활 속의 복음]

그리스도를 닮은 사람들

 

그리스도 왕 대축일(요한 18,33ㄴ-37)


 

▲ 박재식 신부(안동교구 사벌퇴강본당 주임)



생활 속의 복음으로 교우 여러분을 만난 지 어느덧 일 년이 지났습니다. 세월의 흐름이 왜 이렇게 늦는지 모르겠습니다. 부족한 저의 글을 읽고 많은 격려와 충고를 해주신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히 동료 신부님들 말씀은 마음속에 기억하겠습니다. 숨을 고르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이번 주에는 ‘예수님을 닮은 사람들’로 주제를 정했습니다. 이유는 많은 신자가 그리스도를 닮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멋진 삶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동ㆍ서양에는 훌륭한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먼저 장자를 이야기하겠습니다. 장자는 「잡편」에서 세상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살아온 자신이 자유로운 삶을 ‘세 부류의 사람과 진인(眞人)’이라는 가르침으로 이야기합니다.

“난주(暖姝)에 속하는 사람은 이론을 배우기만 하고 여과 없이 그것을 따라 자기의 학설로써 만족하는 사람으로 주관이 없는 사람이고, 유수(濡需)에 속하는 사람은 돼지의 몸에 붙어사는 이와 같은 사람으로 일시적인 안락을 꾀하는 사람입니다. 마지막으로 권루(券婁)에 속하는 사람은 순임금과 같은 사람으로 자신의 참됨과 인간성으로 평생 열심히 일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세 부류의 인간상을 초월하는 이가 진인입니다. 눈에 보이는 대로 물건을 보고, 귀에 들리는 대로 소리를 들으며 마음이 본성으로 되돌아간 사람입니다.”

구약성경에서는 야곱을 진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야곱은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경쟁을 시작했고, 형제나 이웃을 동료로 인정하지 않았으며 외모로 여인을 평가하던 아주 속물적이고,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양을 돌보고, 하느님과 함께하는 진실된 삶을 살면서 모든 것에서 자유로운 사람으로 변화됩니다. 당대 최고의 권력자였던 파라오를 축복해주는 것은 정말 너무나 멋진 모습입니다.

신약성경에서는 바르나바 성인이 있습니다. 유다교에서 개종해 물질적 유혹을 극복한 성인은 후배인 바오로를 용서하고 형제로 받아들이며 도와주기까지 했습니다. 그의 모습은 인간적 욕심을 내려놓고 참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철저히 실천하신 또 다른 예수님의 모습입니다. 마치 이웃집 어르신처럼 느껴집니다.

우리 시대에도 예수님의 향기가 느껴지는 이가 있습니다. 브라질의 35대 대통령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 실바(재임 2003~2010)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학업을 포기했습니다. 길거리에서 땅콩을 팔고 구두닦이를 하며 살다가 14살에 상파울루 철강공장에서 취직해 일했습니다. 18세에 새끼손가락이 절단되는 부상을 당했습니다. 공장에서 만난 여인과 결혼하였지만, 워낙 가난해 임신한 아내와 아기를 잃는 아픔도 겪었습니다. 실업자가 돼 길가에 앉아 울기도 했던, 눈물이 많았던 그는 훗날 하루에 1달러의 수입으로 살아가던 가난한 형제들 4000여만 명의 지지로 57살에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그의 당선 후 많은 외국자본이 브라질을 떠났습니다. 그래도 그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게 모든 정책의 최우선”이라고 주장하면서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결석률 15% 미만을 유지하는 것을 조건으로 소득수준 하위 25%의 국민들에게 생활 보조금을 지급했습니다. 그의 정책에 힘입어 10년 후에는 국민 2000만 명이 중산층으로 도약하게 됩니다.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룰라 대통령을 두고 “이분이 나의 우상이다. 나는 그를 깊이 존경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룰라 대통령을 통하여 세상의 희망과 따뜻함을 느낍니다. 오늘 복음과 독서를 묵상하다 보니 그리스도의 세 가지 직무가 보입니다.

제1 독서에서 예언자 다니엘은 “그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로서 사라지지 않고”(다니 7,14)라고 이야기하며 사랑과 정의, 봉사로 통치되는 하느님 나라를 보여줍니다. 제2 독서와 복음은 사제직과 진리를 증언하는 예언직을 보여줍니다. 교우 여러분들께서 세 가지 직무를 완성하신 예수님과 언제나 함께했으면 합니다. 진인과 함께 그리스도를 배우고 선포하여 주십시오. 아멘.

※지난 1년 동안 ‘생활 속의 복음’을 집필해 주신 박재식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호부터는 주수욱(서울 대방동본당 주임) 신부님께서 수고해 주십니다.



'생활속의 복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  (0) 2015.12.06
기다리기는 하는 겁니까?  (0) 2015.11.29
진정한 영웅들   (0) 2015.11.15
위험한 두 가지 생각  (0) 2015.11.08
매일 만나는 하느님  (0) 2015.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