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복음]
기다리기는 하는 겁니까?
▲ 주수욱 신부(서울대교구 대방동본당 주임) |
우리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습니까? 정규직에 취직하기를 기다립니까? 사업하느라고 진 빚에서 해방되기를 기다립니까? 암에서 치유되기를 원합니까? 가족이 오순도순 화목한 분위기에서 사는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까? 남북이 하루빨리 평화 통일이 되기를 기다립니까?
오늘 복음에 나오는 표현을 보면 무섭습니다. “해와 달과 별들에는 표징들이 나타나고, 땅에서는 바다와 거센 파도 소리에 자지러진 민족들이 공포에 휩싸일 것이다”(루카 21,25).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목숨을 걸고 지중해를 건너는 그 난민들을 봅니다. 그 해안가에 떠내려온 어린아이의 시체는 그 하나만이 아닙니다.
대기업에는 현금이 쌓여 있어서 골목 상권까지 밀고 들어오니 거기서 쫓겨나는 영세 상인들은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 수 있을까? 가족들과 함께 그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은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사교육을 받기 시작합니다. 젊은이들이 엄청난 경쟁 속에서 학교를 어렵사리 졸업했지만 제대로 된 직장을 갖는 것이 하늘에 있는 별을 따기만큼 어렵습니다. 그래서 취직 시험을 계속해서 치면서 절망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부모의 도움이 없으면 결혼할 엄두도 못 냅니다.
컴퓨터와 공장 기계의 자동화와 유통 산업의 발달로 말미암아 온 세계 사람들이 무한 경쟁 속에 살아갑니다. 모두들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살아가거나 실의에 빠져있습니다.
40대에 명퇴 얘기도 나온 지 오랩니다. 이제는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이런 여건에서 오래 사는 것은 저주받은 인생입니다. 모두들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심각하기 짝이 없는 중국 스모그에 한국에서는 모두들 닥쳐오는 겨울을 걱정하지만, 한국 사회 자체에서 만들어내는 환경 문제도 매우 심각합니다. 환경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한쪽에서 열심히 외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장 먹고사는 일에만 열중하느라 앞날이 더욱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 문제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해안가에 대도시가 몰려 있는데 얼마 안 가면 모두 물에 잠기고 많은 사람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생존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습니다.
북한의 정치 체제는 세상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된 지 오래된 일이지만, 한국의 민주화는 역행하고 있다는 의심이 강하게 들면서 앞날이 많이 걱정됩니다. 일본도 경제적으로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발전하지 못하고 있고, 동북아시아의 평화에 기여하지 못하는 실망스러운 상태입니다. 중국의 정치가 그들의 앞날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의심을 많은 사람들이 합니다. 정치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더불어 잘 살 수 있어야 하는데, 정치가 사람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한국 사회가 매우 가난했던 시절에 자살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우울증이라는 말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유행 독감처럼 많은 사람이 우울증으로 몹시 고통스러워합니다. 한국에 그토록 많은 자살하는 사람들 사이에 우리는 둘러싸여서 살고 있습니다.
2000년 전에 기록된 복음서에 나오는, 하늘과 땅과 바다에서 일어나는 그 무시무시한 장면은 오늘 생생하게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와 있습니다. 지난 11월 13일 프랑스 파리 테러로 온 세상이 경악을 금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무관심 속에, 사실은 지난 4년 동안 시리아에서 25만 명이 죽었습니다.
21세기를 시작하면서 온 세계 사람들이 희망을 안고 있었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모두들 희망이 아니라 절망하고 있습니다. 참 희망은 가능한 것일까요? 불가능하다면 자포자기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오히려 먼저 잘 판단하고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도대체 희망은 어떻게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는 것일까요? 우리 인간은 스스로 희망을 가져올 수 없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렇습니다. 그 누군가가 인간에게 복을 갖다 주러 와야 합니다. 우주를 향해서 도전하는 우수한 인간, 자연 세계에서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위대한 인간은 구원을 갈망하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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