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어디서 오는 기쁨인가요?

namsarang 2015. 12. 13. 09:32

[생활 속의 복음]

어디서 오는 기쁨인가요?

 

대림 제3주일(루카 3,10-18)


 

▲ 주수욱 신부(서울대교구 대방동본당 주임)



지난 본당에 있을 때 일이었습니다. 동네의 작은 종합병원에 환자를 찾아보기 위해 들어섰더니, 얼굴이 익숙하지 않은 환자가 본당 신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웃으며 인사를 건네왔습니다. 엉겁결에 생수 한 병을 사드리고 왔습니다. 그리고 한참 후에 그 교우를 성당에서 만났습니다. 그때까지도 그분에게는 본당 신부가 생수를 사줬다는 감동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보니까 아들이 자폐아입니다.

그 아들이 길거리를 한없이 걷는데, 엄마가 함께 걸어야 한답니다. 젊은 아들과 무한정 걸어야 하니 엄마는 얼마나 고된 지 모릅니다. 집에서는 살림을 살아야 하고, 낮에는 직장에 가서 일하고, 아들과 함께 있을 때에는 함께 길을 걷는 것입니다. 그런데 길을 걷다가 아들이 갑자기 차가 쌩쌩 달리는 길로 뛰어들려 해서 그 녀석을 잡다가 보니 어깨 인대가 늘어났답니다. 그래서 병원에 입원해 어깨 인대 수술을 했더랍니다. 아들은 중증의 자폐 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그 엄마를 통해서 저는 매주 성당에서 자폐아 엄마들과 함께 매주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생활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서울과 인근 지역에서 많게는 15명이 모여 자신들의 고통스러운 생활과 복음을 곧잘 연결해서 나눕니다. 이곳은 항상 울음이 많은 자리입니다. 그때마다 다른 엄마들이 위로해주고, 함께 지혜를 찾아 나서기도 합니다. 그 모임이 끝날 때 보면 놀랍게도 기쁜 얼굴을 하고 연이어서 말합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신부님, 감사합니다.”

이처럼 고통 속에서 하느님께 대놓고 감사하는 경우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고통을 피하기 바쁘고, 고통 속에서 구해달라고 하느님께 간청만 하지, 변하지 않은 그 상황에서 하느님께 감사드릴 줄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이분들한테서 신앙의 한 수를 배웁니다. 분명 이분들을 통해 제가 복음화되고 있습니다.

저는 혼자 있을 때 자주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그런 고통을 겪으며 살면서도 어떻게 하느님께 감사할 수 있을까? 어떻게 기쁨을 간직할 수 있을까? 가끔 강한 의문이 듭니다. ‘그 기쁨은 어디서 오는 것입니까? 괜히 본당 신부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인가?’ ‘그렇지만 신자들이 본당 신부에게 보이려고 거짓으로 기뻐하는 것과 진실한 기쁨을 내가 구별도 할 줄 모를까?’

고통 중에 있지 않은 이들은 고통받는 사람들을 잘 알아보지 못합니다. 하느님으로부터 벌을 받는 사람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자주 외면합니다.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는 고통받는 약자들, 장애인들과 함께 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고통받는 사람들은 죄지은 것도 없는데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 살아갑니다. 사실은 그렇게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을 몰고 가는 사회가 죄지은 사회이고, 그렇게 주동하고 또 따라가는 사람들이 죄인들이지요.

그 기쁨은 어떻게 오는 것일까요? 마술적으로 옵니까? 아닙니다. 하늘에서부터 오는 기쁨인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극심한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이 기쁨을 간직하고, 그 암울한 상황에서도 하느님께 감사를 돌릴 수 있단 말입니까? 그것들은 진짜 기쁨이고 하느님께 진심으로 하는 참된 감사입니다. 하느님은 심술이 많으신 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운명을 가지고 태어나서 편안하게 사는 사람들은 감사할 줄 모르고 사는 걸 내버려두시고, 고통이 많은 사람은 감사할 줄 알게 하시는 분인가 봅니다.

그런데 하늘에서 오는 기쁨은 어떻게 가능하게 되었을까요? 노래 가사처럼 별을 따오듯이 하늘에서 기쁨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일까요? 유한한 인간이 무한한 하느님께 가서 기쁨을 선물로 받아올 수 있나요? 분명히 하느님에게서 오는 기쁨을, 특별히 고통을 많이 받으면서 하느님께 마음을 열고 사는 사람들이 그 기쁨을 누립니다.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오셔서 우리에게 주실 수 있는 기쁨입니다. 바로 베들레헴 마구간의 성탄으로부터 시작된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 모두가 올해도 성탄을 기다리면서 이미 우리에게 선물로 온 기쁨을 소중하게 간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