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이렇게 작고 가난한 분이 하느님이십니까?

namsarang 2015. 12. 27. 12:25

[생활 속의 복음]

이렇게 작고 가난한 분이 하느님이십니까?

 

예수 성탄 대축일(루카 2,1-14)


 

▲ 주수욱 신부(서울대교구 대방동본당 주임)




1. 예수님 탄생의 내용은 무엇입니까?

아기 예수님께서 탄생하셨습니다. 어머니 마리아의 품에 안겨 계십니다. 아버지 요셉도 옆에서 바라보고 계십니다. 두 분은 이 탄생의 비밀을 너무 잘 알고 계십니다. 하느님 아드님께서 성령으로 말미암아 인간으로 태어나신 것입니다. 신기할 뿐입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위해서 하시는 전혀 새롭고 최고 절정을 이루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시다니요! 하느님과 함께 살던 낙원을 떠나서 비참하게 살고 있는 인간을 찾아서 하느님께서 오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시어 찾아오신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하느님과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모든 문제의 해결은 근본적으로 여기서 시작됩니다.

영원하신 하느님께서 무한의 세계를 떠나서 죄인들이 사는 이 세상에 도착하셨습니다. 먼 여행길이었습니다.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쉽지 않은 여행을 마치신 하느님이십니다. 인간은 하느님께 끊임없이 불충실합니다. 그런데도 하느님께서는 더할 수 없는 엄청난 사랑으로 스스로 인간이 되셨습니다. 하느님은 인간 없이 사실 수 없으셨을까요?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모습으로 창조하시고 그 낙원에서 함께 살던 인간을 한시도 못 잊으셨나 봅니다. 그 흘러넘치는 사랑으로 말미암아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되시기에 이른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 인간은 하느님과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2. 구유에 제일 먼저 초대받은 사람들

이 탄생 소식은 제일 먼저 목자들에게 전해집니다. 밤중에도 가축들을 돌보느라고 들판에 있던 이들이지요. 이들은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어느 시대에나 가난한 사람들은 세상에서 무시당하면서 살아갑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마치 하느님한테서 벌을 받는 사람들처럼 여기면서 살아갑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천사를 통해 그 성탄의 기쁜 소식을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제일 먼저 알려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어 오신 그 엄청나게 기쁜 소식을 말입니다. 오늘도 단순한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 별로 배운 것이 없는 그 사람들이 먼저 똑같은 초대를 받아서 아기 예수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도 하느님의 모습을 본받아 모두 잠든 밤에 고생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탄생 소식을 전하러 따뜻한 방을 박차고 길거리로 나서야 하겠습니다.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정신적으로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은 내가 찾아 나서야 만날 수 있습니다. 멀리 있지도 않습니다. 나와 함께 매일 같이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3. 구유에 누워계신 아기를 바라봅니다.

영원한 하느님의 모습을 유한한 인간이 어떻게 볼 수 있겠습니까? 그 음성을 어떻게 들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이렇게 인간이 되셨으니 우리는 이제 하느님을 알 수 있고, 하느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직접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가난한 목자들과 함께 저희는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 예수님을 바라봅니다. 아기의 울음소리도 듣습니다. 하느님께서 이렇게 작은 분이십니까? 이렇게 마구간 구유에서 보듯이 가난한 분이십니까? 인간은 더욱 위대한 존재가 되고자 합니다. 보다 더 큰 힘과 끊임없이 더 많은 돈을 갖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하느님은 보잘것없는 가난한 분이시군요.

우리는 세상에서 위대한 사람이 되고자 무진장 애를 쓰면서 일생을 살아왔는데, 하느님께서는 가장 작은 사람, 가난한 사람으로 자신을 드러내시는군요. 바로 보잘것없고 내세울 것이 없다고 여기는 내 안에 예수님께서 오늘 밤 탄생하셨군요. 그리고 보니 바로 내 곁에, 내가 깔보던 그 작은 이들 안에서 오늘 예수님께서 새롭게 탄생하셨군요. 하느님, 감사합니다!

'생활속의 복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수님은 이런 분이시군요!  (0) 2016.01.10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0) 2016.01.03
새 아담의 탄생  (0) 2015.12.20
어디서 오는 기쁨인가요?  (0) 2015.12.13
“그 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  (0) 2015.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