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예수님은 이런 분이시군요!

namsarang 2016. 1. 10. 14:54

[생활 속의 복음]

예수님은 이런 분이시군요!

 

주님 세례 축일(루카 3,15-16. 21-22)


 

▲ 주수욱 신부(서울대교구 대방동본당 주임)



1. 예수님이 받은 세례는 어떤 세례입니까?

예수님께서 베들레헴 마구간에서 태어나 고향에서 어린 시절을 다 보내고 성인이 되셔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모습을 드러내셨습니다. 그분은 먼저 고향 사람들과 함께 요르단 강으로 가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선택하셔서 하느님 백성이 된 이스라엘이 로마제국 황제의 통치를 받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치욕이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그 원인이 이스라엘의 죄 때문이기에, 요르단 강에 와서 세례 예식을 하면서 민족 전체가 회개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죄인이 아니시지만, 자신이 속한 이스라엘 민족의 일이기에 기꺼이 동참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세례자 요한에게 가서 세례를 받을 정도로 겸손한 분이시기도 합니다. 그리고 로마제국의 식민 통치를 받는 동족의 여러 가지 고통을 같이 아파하시고 그들의 행동에 동참하시던 분이 분명합니다.



2. 예수님의 자세와 기도


오늘도 교회는 온 백성 가운데서 겸손하게 자리매김을 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복음은 온 백성이 겪는 고통을 함께 짊어지고 문제 해결을 위해 그들과 머리를 맞대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 나서기를 우리에게 촉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동족은 어떤 고통을 겪으면서 살고 있는가? 오늘 지구촌의 이웃 사람들은 어떻게 파괴되고 소외되고 있는가? 어떻게 인간의 존엄성을 박탈당하고 있는가? 어느 나라에서든지 젊은이들은 절망하면서 방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풍요한 시대에 부모들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아무 대책도 없이 길거리로 뛰쳐나와 방황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고요한 환경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 사이에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기도를 열심히 하십니다. 우리도 사람들이 곤란을 겪는 일상 삶의 한가운데서 하느님께 기도하는 것을 배워야 하겠군요. 이스라엘 사람들이 하느님께로 되돌아가자는 회개 운동을 하고 있는 현장에서, 예수님께서는 먼저 하느님과 깊은 일치를 이루시며 기도하고 계십니다.



3. 그때 내리신 비둘기 모양의 성령


그때 하늘이 열리며 성령께서 비둘기 같은 모습으로 예수님 위에 내리셨습니다. 비둘기라고 하니 구약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 사건이 생각납니다. 타락한 인류가 벌을 받지만, 하느님께서 노아와 가족들을 홍수에서 구출하십니다. 그 결정적인 때에, 비둘기가 싱싱한 올리브 잎을 물고 노아에게 돌아온 장면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러니까 성령께서 비둘기의 형체로 예수님 위에 내리셨음은 모든 인간에게 구원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표시가 아닌가요?

예수님께서 전도를 시작하실 때 ‘주님의 영이 내리셨습니다’(루카 4,18). 사도행전 2장에서 보듯이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불꽃과 같은 혀 모양을 한 성령강림을 이루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온 백성에게 이렇게 당신 모습을 드러내실 때부터 성령께서 예수님 위에 내려오시더니 이제는 우리 모두 위에 내려오십니다. 예수님과 하나되는 세례성사를 받은 우리가 주님의 소집에 응답하여 교회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것은 성령께서 우리에게 오심으로써 가능하게 된 일입니다.



4.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여기서 예수님이 하느님 아드님이라는 사실이 하느님 아버지로부터 확인되고 있습니다. 덕분에 우리도 하느님 자녀가 됩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설명하십니다. “때가 차자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드님을 보내시어 여인에게서 태어나 율법 아래 놓이게 하셨습니다. 그것은 율법 아래 있는 이들이 속량하시어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 되는 자격을 얻게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진정 여러분이 자녀이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당신 아드님의 영을 우리 마음 안에 보내주셨습니다. 그 영께서 ‘아빠, 아버지!’ 하고 외치고 계십니다”(갈라 4,4-6).

하느님 마음에 드는 아들은 이런 분입니다. 성령께서 내려오시고, 겸손하여 큰소리치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분입니다. “여기에 나의 종이 있다. 그는 내가 붙들어 주는 이, 내가 선택한 이, 내 마음에 드는 이다. 내가 그에게 나의 영을 주었으니 그는 민족들에게 공정을 펴리라. 그는 외치지도 않고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으며 그 소리가 거리에서 들리게 하지도 않으리라. 그는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 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라. 그는 성실하게 공정을 펴리라”(이사 4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