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주일(루카 1,1-4; 4,14-21)
| ▲ 주수욱 신부(서울대교구 대방동본당 주임) |
참 구세주 예수님 사명은 바로 이것입니다
예수님은 누구십니까? 누구이기에 인간을 구원하실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셨습니다’(요한 3,16). 비참한 상태에 놓인 인간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지극한지 하느님은 인간이 되셔서 사람을 찾아오셨습니다.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인간을 참으로 구원하실 수 있는 구세주이십니다.
그런데 어떻게 인간을 구원하신다는 것입니까? 우리가 갖고 있는 의문이고, 복음서는 그것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특히 루카 복음서에서 예수님은 복음 선포 활동(공생활)을 시작하면서 고향 나자렛 회당에서 이사야 예언서를 읽으시며 그 대답을 하고 계십니다. 이제 펼쳐지는 예수님의 활동은 십자가 죽음에 이르게 되고, 부활로써 완성됩니다. 그 활동 내용을 압축해 예수님 사명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예수님 사명은 바로 이것입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카 4,18-19).
예수 그리스도의 사명은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사명과 동일합니다
교회의 머리이신 예수님 사명은 오늘날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가 계속 해야 할 일입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교회는 그런 일, 곧 예수님 사명을 오늘날 그대로 지속하는 일에 왜 이렇게 낯설어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왜 교회를 찾아오느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힐링’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았으니 참 좋습니다. 그런데 힐링이 교회 사명까지 가로막아서는 결코 안 됩니다. 예수님 말씀과 행동을 그대로 본받으려는 교황님의 말씀과 행동도 못마땅하게 여겨서는 안 되지요.
예수님께서 부활하시고 나서 처음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라고 말씀하시며 평화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그 평화는 완전한 평화입니다.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다음 진짜 평화를 주신 것입니다. 십자가 죽음의 고통을 거치면서 많은 제자들이 떠나간 다음 남은 제자들을 찾아 선물로 주신 ‘영원한 평화’, ‘완전한 평화’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요청
“말과 행동으로 가난한 이들을 위로하고, 현대 사회의 새로운 노예살이에 얽매인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자신 안에 갇혀 있어 제대로 보지 못하는 이들이 다시 볼 수 있도록 하고, 존엄성을 빼앗긴 모든 이가 다시 그 존엄을 찾도록 요청하셨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그리스도인들이 증언해야 하는 신앙에 대한 응답으로 다시 드러나게 됩니다. ‘자비를 베푸는 사람이면 기쁜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로마 12,8). 사도의 이 말씀이 우리와 함께하기를 바랍니다”(자비의 특별 희년 선포 칙서 「자비의 얼굴」 16항).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말씀입니다.
온 세상에 단순한 복음적 말씀과 행동으로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교황님이 단순히 브랜드 가치로만 이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만이 아니라, 현재 교황님만이 아니라, 우리도 그렇게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복음 말씀, 교황님 말씀을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에서 생생하게 실천해야 하는 것은 한국 교회의 몫입니다. 누가 내 이웃입니까?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 새로운 노예살이에 얽매인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자신 안에 갇혀서 제대로 보지 못하는 이들은 누구이며 어떤 상태에 있습니까? 인간의 존엄성을 빼앗긴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세계 도처에서 평화신문을 읽고 있습니다. 같은 질문을, 여러 나라에 계신 독자들도 살고 있는 그곳에서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심각하게 성찰하고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 도저히 실천할 수 없는 이 일은 성령께서 오셔서 우리를 이끌어주셔야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외칩니다. “오소서, 성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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