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복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루카 2,16-21)
▲ 주수욱 신부(서울대교구 대방동본당 주임)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진짜 축복을 받으세요!
우선 누구나 만나는 상대에게 축복을 비는 인사를 건넵시다. 우리는 축복을 받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올해에도 생존해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가운데 하루하루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불안합니다.
고통을 겪으면서도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
암과 같은 큰 병이 걸리지 않을까? 암에 걸리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의료 혜택이 발달해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노후에 대한 여러 걱정 속에 많은 사람이 한숨을 쉬며 살아갑니다. 2013년 한국에서는 교통사고로 4762명이 죽었습니다. 사회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일기예보는 미세먼지에 대해서 자세히 보도하는데, 호흡기가 약한 사람이 살아가기 쉽지 않습니다. 환경 파괴를 줄이고자 지난 12월 13일 파리 기후협약이 있었고, 그 직전 이 시대의 강력한 예언자인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자연 환경 재앙에 있어서 세계가 지금 자살 일보 직전’에 있음을 상기시키셨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모두 불행에 빠져 있습니다. 대통령도 행복하신지 모르겠습니다.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습니다. 경제 발전과 정치 발전으로 기적을 일궈낸 대한민국이라고 하지만, 모든 국민이 불행한 상태입니다. 경제적 빈부 격차를 비롯해 모두 끊임없이 불만투성이입니다. 한국의 자녀 교육열은 세계에서 으뜸입니다. 그러나 한국 교육은 누가 봐도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많은 가정이 파괴되고 아이들은 버려졌습니다. 결국 젊은이들은 거리로 내몰리고, 모두 불행하기 짝이 없습니다. 사법고시 존치 문제로 이 사회의 가장 똑똑하다는 젊은이들이 길거리로 나서서 자신들의 불행한 처지를 드러냅니다. 사장님도, 노동자도, 실업자도, 젊은이도, 연세가 든 이도 모두 불안한 사회입니다. 남북의 군사적 긴장은 항상 우리를 불안에 몰고 갑니다. 더구나 세계화된 시대에 파리 테러는 더는 우리와 무관하다고만 할 수도 없게 됐습니다.
우울증은 제가 어릴 적 들어보지도 못한 병이었습니다. 요즘은 감기처럼, 많은 이들이 태연하게 우울증에 걸렸다고 말합니다. 먹고 살만하니까 그런가요? 모두 불안합니다. 자유로운 대한민국 국민들이 더 불안하고,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래서 술의 노예가 되기도 하고 도박의 노예가 되기도 합니다. 마약 관련 뉴스를 보면 우리 사회에는 적지 않은 마약 중독자가 있는 모양입니다.
진짜 축복과 가짜 축복의 약속
여러 가지로 생명을 위협받으면서 살아가는 우리는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간은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없습니다. 누군가 나타나 우리를 극적으로 구해주기를 간절히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점을 치러가고 무당을 찾나 봅니다. 성직자들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던지는 가운데에도 많은 사람은 종교를 찾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예술의 세계를 통해 복을 추구하기도 합니다. 대중가요나 드라마 또는 영화가 극적으로 복을 얻는 장면을 연출하고, 또는 인생을 비웃으면서 고상하게 또는 천박하게 자포자기하는 자세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거짓된 가짜 축복을 어떻게 구별해낼 수 있을까요? 거짓된 축복은 허황한 구원을 약속하는 것입니다. 물질 세계에서 육체를 가지고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영적인 존재인 인간의 조건을 무시하고 구원을 약속하는 것은 사이비입니다. 세상이 비극적이기에 전혀 다른 세상에서 행복을 주겠다고 약속하면서 현실 도피로 구원을 속삭이는 것도 가짜임이 분명합니다. 어떻게 우리는 낯선 세상에 태어나 끊임없이 여러 가지 차원의 욕구 불만을 가지면서도 참다운 행복을 누릴 수 있는가?
인간 처지를 올바로 이해하고, 완전히 인간의 조건 속에 들어와 근본적으로 충만한 생명과 자유와 기쁨을 누리도록 참된 행복을 안겨 줄 그 축복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새해에 우리는 십자가 하느님에게서 오는 참된 축복을 누리고, 완전한 행복을 희망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생활속의 복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왜 카나의 혼인 잔칫집에 술이 떨어졌을까 (0) | 2016.01.17 |
---|---|
예수님은 이런 분이시군요! (0) | 2016.01.10 |
이렇게 작고 가난한 분이 하느님이십니까? (0) | 2015.12.27 |
새 아담의 탄생 (0) | 2015.12.20 |
어디서 오는 기쁨인가요? (0) | 2015.1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