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복음]
무엇을 위해 사순절이 있습니까?
▲ 주수욱 신부 (서울대교구 대방동본당 주임) |
단식과 금육으로 시작되는 사순절이 시작됩니다. 또 습관적으로 사순절을 지내려고 하지 말고 잘 생각해 봅시다. 사순절은 어떤 기간입니까? 무엇을 위해 사순절이 있습니까? 이때 각자 무엇을 해야 합니까?
우리 신앙의 근본을 다시 생각하며
우리 신앙에 대해 근본부터 다시 잠시 생각해 봅시다.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셨습니다. 그분은 인간이 되셨음에 대해서, 하느님답게 완전하게 충실하셨습니다. 나자렛이라는 가난한 동네에서 가난한 사람으로 자라나셨고, 갈릴래아 호숫가를 중심으로 대부분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 가운데에서 복음 선포 활동을 하셨습니다.
그분의 한 동작 한 동작은 완전히 새로운 인간의 모습이었습니다. 완전한 인간입니다. 기준이 무엇이냐고요? 사랑입니다. 완전한 사랑 자체였습니다. 하느님에 대한 완전한 사랑, 인간에 대한 완전한 사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금의환향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가시관을 쓰고 사람들로부터 배신을 당하면서 십자가에서 무참하게 사형당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인간을 죽도록 사랑하는 하느님, 그래서 인간이 되신 하느님, 그래서 인간으로서 죽기까지 하신 하느님, 그 하느님은 십자가 죽음으로써 패배하고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죽음을 물리치고, 죽음에 승리를 가져온 첫 인간으로 부활한 것이었습니다.
이 엄청난 소식을 새삼스럽게 접하고, 자신의 삶을 다시 살펴보자는 것입니다. 죽음으로써 끝장나는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인간의 행복은 어디에?
어떤 사람이 벼락부자가 되고 많은 상품을 사들여서 사용해 보니 행복하지 않더랍니다. 그래서 꼭 필요한 물건만 사용해 보니 실제로 생활에서 필요한 것은 몇 가지밖에 없더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물건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 사로잡혀 허덕이며 살고 있는데, 정말 나와 가족과 이웃을 행복하게 하는 필수품들은 무엇인가요? 그것을 잘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인간이 육체로만 만족하면 행복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물질로만? 마찬가지입니다. 정신적으로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행복하면 다 된 것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집단으로 잘살게 되면 인간은 행복합니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선택하여서 이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습니다. 무한한 욕망 안에, 하느님을 닮은 인간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제대로 그 욕망을 완성하자면 제대로 된 올바른 길에 들어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결과는 빵점이 되고 맙니다.
인생은 감히 바랄 수도 없는 엄청난 선물
인간은 하느님과 함께 살도록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되었습니다. 하느님과 함께 사는 그 행복을 스스로 발로 차버리고 떠나서 비참하게 된 인간에게 하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예수님이십니다. 그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인간은 그분과 하나가 되도록 하셨습니다. 하느님과 하나가 되어서 살도록 우리는 초대받은 것입니다. 하느님의 본성에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인간이 감히 바랄 수도 없고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인생을 엄청난 선물로 받은 것입니다. 참으로 비교할 수 없이 큰 기쁜 소식이지요.
이제 인생의 근본 문제가 풀리는 이 일이 우리 손에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어찌 모든 것을 넘어서서 정신이 팔리지 않을 일입니까?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기 위해 모든 것을 중단하는 것처럼,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맞이하기 위해서 집으로, 병원으로 달려가는 것처럼, 일상생활을 잠시 멈추고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에 우리의 관심을 잠시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사순절이 시작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내 영혼 깊은 곳에서 기쁨으로 흥에 겨워 우리 어깨가 절로 들먹이게 됩니다.
그래서 교회 공동체는 온 세상에서 사순절을 함께 진지하게 지내려고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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