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무화과 열매를 기다리시는 예수님

namsarang 2016. 2. 28. 11:57

[생활 속의 복음]

무화과 열매를 기다리시는 예수님

 

사순 제3주일(루카 13,1-9)


 

▲ 주수욱 신부(서울대교구 대방동본당 주임)



1. 나는 죄인이 아닙니다?

우리는 무엇을 잘못하고서 미사에 참례하면 매번 죄인이라고 고백하고 하느님께 용서를 청해야 하는가? 죄인이면 경찰서에 끌려가고 교도소에 가야 하지 않은가? 사실 내가 죄를 짓지 않고 있으면서 어쩔 수 없이 성당에 가면 건성으로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 하고 가슴을 치고 마는가? 나는 죄인인가? 예수님은 무슨 이유로 이렇게 물으셨을까? “그 갈릴래아 사람들이 다른 모든 갈릴래아 사람보다 더 큰 죄인이라고 생각하느냐?”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하느님께서 우리를 이 세상에 인간으로 불러주셨습니다. 자주 자신의 인생을 한탄하면서 불평하지만, 우리는 자신에게 너무나 중요한 인생살이에 매우 강하게 집착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절대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자기 인생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모릅니다. 때로는 인생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하다 보니 크게 낙심하고 좌절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힘차게 인생을 살아갑니다.



2. 위대하고도 비참한 인간

인간은 위대하고도 비참한 존재입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하느님의 모습으로 지어내셨기에 인간은 위대한 존재입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그렇게 훌륭한 존재로 만드셨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자신을 비참한 존재로 만들어 놓고 말았습니다. 하느님으로 말미암아 하느님 모습을 지닌 인간은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면서 지금 여기서 그 기쁨을 누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에덴동산에서 그 행복을 맛보았습니다. 사랑이신 하느님으로부터 창조되었고, 하느님과 영원한 사랑을 주고받으면서 살던 존재입니다.

자유로운 인간은 탐욕 앞에서 선택하고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하느님이 없이 하느님처럼 살고 싶은 유혹에 빠진 인간은 결국 하느님과 함께하는 행복과 기쁨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때부터 사랑하던 인간을 증오하고, 인간은 서로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비참하게 살아가고 죽어갑니다.


3. 사랑으로부터 온 사랑의 존재인 인간


인간은 모두 하느님에게서 나왔습니다. 인간은 하느님의 창조물입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하느님의 모습으로 만드셨습니다. 달리 표현하면 인간은 하느님과 같은 존재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하느님을 주님으로 모셔야 합니다. 모든 사람은 서로 사랑을 주고받으면서 살아가게 되어 있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자식이 부모를 외면하듯이 인간이 하느님을 몰라보고 살아가면, 설령 잘못하는 것 없이 고상하게 살아가는 것 같아도 하느님 앞에서 못난 자식 같은 존재가 되고 맙니다.

설령 남에게 당장 해코지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하느님에게 더할 수 없이 소중한 이웃 사람에 대해서 무관심한 채로 살아간다면 사람답지 못한 것입니다.

사랑하는 연인이 상대방에게 무관심하고 냉정한 태도를 보인다면 그 관계는 끝장나고 맙니다. 그러니 사랑이신 하느님에게서 온 인간은 사랑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적당히 살아가면서 살아도 되는 곳이 인생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사랑의 열매’ 배지를 옷에 달고 다닙니다. 그러니 사랑의 열매라는 말도 한국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이고 상징입니다. 그렇듯이 인간은 누구나 사랑하고 사랑의 열매를 맺으며 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죄인입니다.



4. 왜 포도밭에서 무화과나무 열매를 찾는가?

막상 이렇게 생각하니 사랑을 하고 그 열매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 일에 아무도 자신이 없습니다. 복음에 포도밭에 있는 무화과나무에서 열매가 열리지 않는다고 질타하는 것이 생뚱맞은 것 같지만, 우리가 사랑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 이기적인 우리에게 낯설다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오늘 복음을 잘 읽어보면, 포도밭 주인은 성급하게 무화과나무 열매를 기다리는 것 같지만, 그동안 그는 3년을 기다렸고 다시 한 해를 더 기다리려고 합니다. 그 기다림에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단호하게 열매를 요구하십니다. 당장 나무를 잘라버릴 기세입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사랑을 강력하게 요구하십니다. 인간은 사랑으로 완성되는 존재이고, 영원한 사랑을 하면서 살도록 초대받은 존재니까요. 그래서 하느님은 인간을 기다리십니다. 인간이 죽고 나서도 연옥 문 앞에서도 기다리시는 분이십니다.

사순절은 이렇게 사랑이신 하느님에게로 돌아가면서 사람을 사랑하면서 인간의 우아함을 회복하는 은총의 때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