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복음]
“나도 간음한 자입니다”
▲ 주수욱 신부(서울대교구 대방동본당 주임) |
1. 간음하면 어떻게 되는가?
간음 당사자는 즐거우니까 간음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간음을 하면 어떻게 될까? 그 배우자는 어떻게 되는가? 배우자는 철저하게 농락을 당하는 것입니다. 복수심 때문에 이제 뵈는 것이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생각과 행동이 비인간적으로 될 수 있습니다. 그 자녀들도 버림받은 아픔을 겪게 될 것입니다. 자녀들이 받는 고통은 얼마나 큰가!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러니 간음한 자는 돌로 죽이라고 명령했다는 것도 한편으로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그 여인은 배우자와 자녀들을 큰 고통과 어둠으로 몰아넣었습니다. 간음 현장에서 발각되어 끌려온 그 여인이 당장 당하는 수치심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제 주위 사람들이 그 여인을 돌로 쳐죽이려고 합니다. 이웃 사람들이 그 여자를 죽음으로 몰아내 버리려 합니다. 그 여인이 무질서한 즐거움을 찾는 바람에 여러 명이 죽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2. 나도 간음한 자입니다
사실 따져보면 나도 그 간음한 여인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의 즐거움, 편안함만을 추구하고,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워져 온갖 핑계를 둘러대며 살곤 합니다. 정당한 방법이 아닌 무질서한 방식으로 그것들을 손에 넣으려고 한 적이 많습니다. 하느님만은 모든 것을 잘 아십니다. 알고 보면 나의 파렴치한 생각과 사고와 행동으로 말미암아 다른 많은 사람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외면당하고 버림받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나도 사실 그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발각되어 끌려온 그 여인처럼 수치스러운 사람입니다. 사람들이 나를 없애 버리려고 할 것입니다. 사람들이 나를 무시할 것이고, 나는 수치심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내 이기심에 사로잡혀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고, 특히 가난하고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외면하면서 내 안락한 생활만을 추구하곤 합니다. 이렇게 내가 사랑해야 할 사람들을 외면하는 나의 이기적인 태도들은 부메랑이 되어 나에게 되돌아옵니다. 결국 나는 훨씬 더 고통스럽고 비참해졌습니다.
내가 마땅히 사랑해야 할 사람들을 외면하면 그들은 죽고 맙니다. 지금도 세상 곳곳에서, 아니 내가 사는 도시의 바로 이웃에서 나의 무관심 속에 많은 사람이 고통 속에 죽어갑니다. 그런 결과로 나도 죽고 맙니다. 그래서 따져보면 나도 간음한 사람과 마찬가지입니다.
3. 간음한 그 여인 앞에, 오늘 내 앞에 계시는 하느님
‘스승님 생각은 어떠하십니까?’ 스승님이신 예수의 첫 번째 반응은 침묵입니다. 우리 같으면 당장 흥분해서 말하고 행동할 것 같은데, 예수님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적지 않은 침묵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무엇을 하고 계실까요? 하느님 아버지를 바라보고 계십니다. 이 희한한 상황에서 예수께서는 괘씸한 질문을 받고 당황하시는 가운데서 하느님 아버지를 어찌 생각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영원토록 하느님과의 관계를 이 세상에서도 유지하고 계시니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바라보시는 하느님 아버지는 그 여인에게 어떤 눈길을 보내고 계십니까? 하느님께서는 어떤 표정으로 곤경에 빠진 여인을 바라보고 계십니까? 하느님 아버지의 의견이 무엇인지 아드님 예수께서는 잘 알고 계십니다. 무한히 자비하신 하느님께서 그 여인을 사랑하는 눈으로,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십니다. 난처한 상황에 놓인 그 딸을 애처로운 마음으로 바라보십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하신 말씀이 제 마음에 강렬하게 와 닿습니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우리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돌을 던지면서 비참하게 죽어가야 할까요?
[생활 속의 복음] “나도 간음한 자입니다”
4.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그 여인을 단죄하시기는커녕 더욱 사랑하고 계시는 것을 예수님은 알고 계십니다. 그래서 ‘나도’ 단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십니다. 누가 누구를 단죄하면서 살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 말씀은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게 해 주십니다. 우리 모두 그 여인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그러나 결국 인간은 하느님 사랑을 받고 무한한 자비를 입은 존재임을 알게 해 주십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는 참으로 인간을 자유롭게 해주고, 해방시킵니다.
5. ‘가거라’
히브리 민족이 이집트에서 노예살이하다가 해방하도록 하느님께서 모세를 보내실 때 명령하셨습니다. “앞으로 나아가라”(탈출 14,15).
그 여인은 이후 하느님의 자비를 깊이 체험하고, 하느님 아버지처럼 자비로운 사람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자비롭게 된 사람은 참으로 자유로운 사람이 되지 않습니까?
“주님, 저희들이 다시 죄를 짓고 비참한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지켜주십시오. 저희도 참으로 자유로운 사람들이 되고 싶습니다.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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