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복음]
우리도 예수님처럼 빛나리!
사순 제2주일(루카 9,28ㄴ-36)
▲ 주수욱 신부(서울대교구 대방동본당 주임) |
1. 남루한 옷차림에 초췌한 모습으로 산에 오르신 예수님과 제자들
예수님께서 산으로 올라가십니다. 요즘 한국에서 등산객을 보면 마치 신발과 등산복이 에베레스트 산에 오를 것처럼 완벽한 준비를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신발이며 옷이며 제대로 갖추지 않았으니 아무래도 힘많이 들겠지요? 땀에 옷이 흠뻑 젖었습니다. 산에 오르시는 예수님은 꽤나 초췌한 모습입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삶에 찌들어 있는 사람들, 흙수저의 운명으로 태어난 사람들도 얼굴은 인생살이가 가난에 찌든 표정이고 옷차림과 말투와 태도도 꾀죄죄합니다. 나 자신에 대해서도 스스로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짓곤 합니다.
2. 갑자기 바뀐 얼굴과 번쩍거리며 빛나는 옷차림
예수님과 함께 산에 올라간 베드로와 동료들은 피곤했던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눈을 떠보니 이게 웬일입니까? 기도하시던 예수님 모습이 갑자기 전혀 달리 뵈는군요. 얼굴에서도 빛이 나고, 남루했던 옷은 하얗게 번쩍거렸답니다. 어찌 된 일입니까? 황홀하기도 하고 환상적이기도 합니다. 언제 나타났는지 모세와 엘리야와 함께 예수님께서 이야기도 나누고 계시는군요.
우리도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합니다. 오랫동안 그렇게 지내기도 합니다. 자주 세속적인 선입견으로 다른 사람을 바라보고 판단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래서 성형외과에 가서 자꾸 얼굴을 뜯어고치기도 합니다. 아마 한국이 성형외과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일 겁니다. 마치 잠을 자는 듯이 사람들을 제대로 볼 줄 모릅니다.
그런 눈으로 가족들도 바라봅니다. 공부, 재산, 용모, 건강 등을 기준으로 사람들을 판단합니다. 사실 알고 보면 실제로 참된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그것들을 위해서 많은 사람이 목숨을 걸다시피 하면서 살아갑니다. 헛된 가치에 휘둘려서 만족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기도 합니다. 참 한심하기만 한데 말이지요. 우리 모두 눈을 떠야지요. 참된 가치를 지닌 인생을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우선 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3. 예수님께서 가시는 인생길, 우리도 뒤따라 가야 하는 인생길
예수님께서 이렇게 모습이 변하면서 보여 주신 것은 종착지가 ‘영광’이라는 것이군요. 베들레헴 마구간에서 태어나시고, 고향인 변두리 나자렛에서 자라나시고,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고통받고 소외된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복음 선포 활동을 하시면서 가시는 길, 십자가 죽음을 맞이하면서 꿋꿋하게 걸어가는 인생길은 영광을 향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선물로 주시는 ‘영광’스러운 상태라는 것을 미리 보여주십니다.
우리도 인생을 살아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때로는 너무 힘들고, 때로는 절망적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믿고, 예수님을 뒤따르고 예수님과 함께 걸어가는 인생길은 마침내 예수님처럼 ‘영광’에 이르는 것입니다. 설악산 대청봉을 등반할 때,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고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고 산에 들어선 것을 후회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대청봉 정상에서 아름다운 내설악을 바라보고 동해를 바라보는 장관을 기대하고 기꺼이 인내하면서 등산을 합니다. 우리 인생도 이렇게 고통 속에서 끝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런 인생을 살도록 우리를 세상에 초대하신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교회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사는 것은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어서 마침내 그 영광에 우리도 도착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만물을 당신께 복종시키실 수도 있는 그 권능으로, 우리의 비천한 몸을 당신의 영광스러운 몸과 같은 모습으로 변화시켜 주실 것입니다”(필리 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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