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생활 속의 복음] 죽음으로써 모든 것이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namsarang 2016. 3. 27. 15:12

[생활 속의 복음]

죽음으로써 모든 것이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예수 부활 대축일(요한 20,1-9)


 

▲ 주수욱 신부(서울대교구 대방동본당 주임)



1. 십자가 죽음으로 모두가 망연자실한 가운데

죽음으로써 모든 것이 끝장납니다. 그래서 죽음 앞에서 모두 망연자실합니다. 때로는 울고불고 난리를 쳐대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마리아 막달레나가 복받치는 울음을 삼키면서 꼭두새벽에 예수님 무덤을 그렇게 찾아왔나 봅니다.

그런데 죽음으로써 만사가 끝장난 것이 아닙니다. 이제 막 죽음을 지나 새 삶이 시작됐습니다. 예수님 부활이 그것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죽음을 이겨내셨습니다. 생명이 죽음에 승리를 거둔 것입니다. 인간의 죄가 가져온 죽음을 하느님이 사랑으로 이겨내고 부활을 가져온 것입니다.



2. 온 세상이 죽음을 거쳐 부활로 가네!


그러고 보니 세상은 온통 부활의 세상입니다. 우주에서 별들도 끊임없이 사라지고 새로 생겨난다고 하지 않습니까? 나무도 겨울에 보면 완전히 죽었는데, 봄이면 그 나무에서 새싹이 돋고 꽃망울이 터져 나오고 아름다운 꽃이 피고 가을이면 열매들이 주렁주렁 매달립니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몸의 세포가 끊임없이 죽어감으로써 새로운 세포가 태어나고 건강한 몸과 마음이 유지됩니다. 생각해 보니 별들이 죽지 않으면 그렇게 많은 거대한 별들이 새로 태어나서 결국 우주가 초만원으로 폭발해 버리고 말 겁니다.

매일 미사에 참례하는 가운데 주님의 죽음과 부활은 지금도 우리 가운데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몸과 하나가 된 우리가 그렇게 매 순간 새로운 태어남을 맞이하면서 죽음을 맛보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 중심에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우리는 모여서 하느님 아버지께 찬미를 드리고 있습니다. 이는 오로지 성령께서 우리를 이끌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3. 겸손하게 우리 곁으로, 우리 안으로 다가온 부활

이 엄청난 부활은 우리에게 살며시 다가옵니다. 새벽녘 무덤가에서 사랑을 못 잊어 흐느껴 우는 그 여인들과 함께 침묵 속에서 옵니다. 학대와 천대를 받으면서도 입을 열지 않으며 걸어가신 그 십자가의 길을 걸으며 최후를 맞으신 예수님은 부활하셔서도 우리에게 조용히 다가오십니다. 겸손하게, 요란을 피우지 않으면서 우리 가운데 부활하신 예수님을 오히려 우리가 알아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4. 예수님에게도 부활은 선

예수님은 스스로 무덤에서 일어나신 것이 아닙니다. 그분의 부활은 하느님 아버지께서 성령과 함께 이뤄내신 것입니다. 아드님이신 예수님에게 성부와 성령께서 주신 선물입니다. 이 선물은 아드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을 위한 선물입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신뢰를 하고 우리 죽음을 맞이하고, 죽음을 넘어선 부활에 대한 희망을 품고 살아갑니다. 아니, 이미 우리 안에서 시작된 부활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일이면 함께 모여서 하느님께 예수님 부활을 찬미하고 우리의 부활에 대해 감사를 드리며 살아갑니다. 우리는 부활의 능력을 지니신 하느님을 믿고, 누가 뭐라고 하든 진실하게 살아갑니다. 이렇게 이미 우리 가운데 이뤄지기 시작한 희망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우리입니다.



5. 부활은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가장 큰 선물

자비로우신 하느님은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시기에 사람이 되셨습니다. 우리를 죽도록 사랑하신 그 사랑은 십자가 죽음에서 증거를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죽음을 넘어선 그 겸손하고 진실한 사랑은 부활을 통해 우리 안에 영원히 숨 쉬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활을 믿고 오로지 사랑을 하면서 살아갈 뿐입니다. 우리도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당부하신 대로, 하느님 아버지처럼 자비를 실천하면서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