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복음]
“우리는 고기 잡으러 가네”
부활 제3주일(요한 21,1-14)
▲ 주수욱 신부(서울대교구 대방동본당 주임) |
부활절. 예수님 제자들은 ‘엠마오’라는 정체불명의 휴가 여행을 어디로 떠난 것일까요. 바다낚시를 하러 떠난 간 것일까요? 그게 아닙니다.
자신들이 크게 기대를 걸고 뒤따랐던 스승이신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다 부활하셨습니다. 그러니 이제 무엇을 하며 지낼 것인가? 예루살렘에 남아 있으면 누가 밥을 먹여주나? 제자들은 이제 고향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습니다. 그들은 어부들이었으니 생업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오늘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일상생활로 돌아가라고 부활하신 주님이 말씀하십니다.
그들이 밖으로 나가 배를 탔지만, 그날 밤 아무것도 잡지 못했다
부활을 맞이한 제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별 볼일이 없게 된 것처럼 보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죽음에서 부활하신 지 2000년이 훨씬 지난 오늘도 우리는 그 부활하신 분을 만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그분을 만나지 못한 채 부활만 외친다면 우리는 그저 형식적으로 성당 축제에 참여하고 끝나버리는 것입니다. 신앙생활이 허무하게 됩니다. 성당에 더는 다닐 맛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복음서는 우리도 그 제자들처럼 일상에서 밤새도록 한 마리의 물고기도 잡지 못하는 그 허탈한 곳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날 수 있다고 알려줍니다.우리가 인생의 목표를 세워놓고 그것을 달성하면 행복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그 순간은 잠시 지나갈 뿐이고, 그다음 허무함이 덮쳐오면 더 감당할 수 없어 매우 고통스러워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아무런 결실도 없는 삶을 살아가는 그 허탈한 인생살이는 저주받은 삶이 아닙니다. 이 순간이야말로 바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기회입니다.
“얘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다가오셔서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이렇듯이 부활하신 예수께서는 제자들의 일상생활에 관심을 많이 갖고 계십니다. 오늘도 부활하신 예수님은 우리의 일상생활 속으로 다가오셔서 현재 우리가 어떻게 사는지 물어보십니다. 우리는 무슨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가? 어떤 결과가 있는가? 보람된 인생을 살고 있는가? 우리가 사는 삶에서의 고통과 보람과 꿈과 걱정거리들에 대해 부활하신 주님은 많은 관심을 갖고 계십니다.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
그 호숫가에서 잔뼈가 굵은 어부들에게 목수인 예수님께서 그물을 이쪽저쪽으로 내리라고 훈수를 두십니다. 저 같으면 그분 말씀을 듣고 실천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어림도 없지요. 그런데 베드로 일행은 예수님의 그 말씀을 듣고 실행에 옮깁니다. 놀랍습니다. 더구나 깜짝 놀랄 결과가 벌어졌습니다. 고기가 너무 많이 걸려 그물을 끌어 올릴 수가 없는 지경이 된 것입니다. 예수님 말씀은 성부와 함께 세상을 창조하시던 그 말씀인 것을 잊고 있었군요.
지금도 예수님의 말씀이 성경을 통해서, 교회의 가르침을 통해서, 양심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우리에게 들려옵니다. 내 상식에 어긋나기에 들어도 못 들은 척하면서 사는 것을 깊이 반성합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합리적이지 않다고 여겨도 주님 말씀을 즉시 실천에 옮기는 것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맞이한 제자들의 삶이라는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려면 주님 말씀을 실천에 옮겨야 합니다. 주님 말씀을 듣지 않고 실천에 옮기지도 않고 내 상식 세계에만 머물러 앉은 채 마음 편하게 지내고 있는가? 그래서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결코 만날 수 없습니다.
“주님이십니다”
오늘 우리도 이처럼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야 합니다. 우리도 다른 사람들에게 부활하신 예수님이 바로 우리 눈앞에 계시다고 증언해야 합니다. 우리도 다른 사람들이 증언하는 부활하신 분을 한시바삐 만나러 바다로 뛰어들어야 합니다.
“아침을 먹어라.”
부활의 기쁜 소식은 이렇게 매일 먹어야 하는 음식을 함께 먹자고 초대하시는 말씀과 함께 우리에게 울려퍼집니다. 예수님은 밤새도록 고생한 그 어부들이 이제 아침을 든든히 먹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챙기십니다. 그분의 자상하심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많이 잡힌 물고기를 지고 가서 가족들과 함께 나누러 가려면 아침을 든든히 먹고 힘을 내야 합니다.
부활의 그 풍성한 삶을 가까운 이들과 나누려면 우리도 힘을 내야 합니다. 부활은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의 일이 아닙니다. 삼시 세끼 잘 챙겨 먹으면서 우리 가족부터 시작해 알려야 할 기쁜 소식입니다. 우리 삶이 죽음을 넘어 풍성한 결실을 가져오는 것이 부활이라는 사실을 가까운 곳에서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과 나누라는 주님의 분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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