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진정한 영웅들

namsarang 2015. 11. 15. 13:48

[생활 속의 복음]

  진정한 영웅들  

 

연중 제33주일·평신도 주일 (마르 13,24-32)


 

▲ 박재식 신부(안동교구 사벌퇴강본당 주임)



지난 한 달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강론 중에도 문제의 소지가 있는 말은 하지 않고 복음에 충실했습니다. 이번 주에는 “역사 교과서 문제는 관계자와 학자들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국민의 뜻에 따라 결정하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다양한 관점으로 역사를 서술해 자유, 정의, 평등의 가치를 실현하는 대한민국의 민주 시민을 양성하겠다는 환희의 소식을 듣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외침은 메아리가 돼 돌아왔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헌법 1조 1항과 2항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신자들은 물론이고 초등학생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얼마나 멋지고 정확하게 민주주의의 기본을 규정한 내용입니까!

국민의 뜻으로 국민의 이익과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출발점이라 하니 정말 좋습니다. 이번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보면서 그런 기본이 소수에 의해, 정치적인 이유로 외면당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어두운 터널을 들어서는 느낌은 저만의 감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칠레의 피노체트, 우간다의 이디 아민, 리비아의 카다피 등이 생각납니다.

너무나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을 읽으며 희망을 품어보려 합니다. 민족 간의 갈등, 신분ㆍ빈부의 차이에서 오는 문제점을 해결한 옛사람들의 지혜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가장 먼저 관심이 가는 영웅은 기원전 8세기 인물로 추정되는 ‘스파르타의 리쿠르고스’입니다. 왕족으로 태어났지만 스스로 왕의 자리에서 물러나 평민의 삶을 선택했습니다. 전쟁에만 집중했던 민족을 빈부와 신분의 차이를 극복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으로 변화시켰습니다.

리쿠르고스는 조카인 칼리라우스 왕을 도와 28명의 원로원을 선출해 공화정을 실시했습니다. 토지 분배제도로 빈부의 차이를 없애고, 사회적 범죄이자 병폐인 교만, 시기, 사치를 근절했습니다. 마을이나 소규모 공동체의 공동 저녁 식사 제도를 만들어 대화와 나눔의 문화를 정착시켰습니다. 재밌는 것은 이 모든 것을 문자로 법제화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정치적 권력을 나눴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로마에서 평민으로 태어나 훌륭한 덕을 토대로 왕으로 추대된 누마 폼필리우스가 있습니다. 로마의 창건자인 로물루스가 갑자기 사라지자 여러 악성 소문들 때문에 로마 족과 사비니 족으로 구성된 공동체는 분열과 파괴의 위험에 처합니다.

그런 위기에 등장한 인물이 사비니 족 출신이며 시골에 살고 있던 바로 누마입니다. 그런데 그를 왕으로 추대한 세력은 사비니인들이 아니라 로마인들이었습니다. 두 민족의 열렬한 사랑을 받은 그는 모든 계층과 민족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왕 주변에 있던 호위 군단을 해산시켰습니다. 또 길드(상공업자 조합)와 노동조합을 구성해 민족 간 계층 간 조화를 이루도록 했습니다. 그는 전쟁의 시대를 종결시키고 평화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제자들과 군중에게 하신 말씀을 기억합니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

이 말씀은 하느님 나라(그리스도인) 헌법 제1조에 해당하는 내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말씀의 실천 기준은 바로 예수님의 모습입니다. 다른 조건이 덧붙여질 수 없습니다. 다른 생각을 하므로, 다른 종교를 믿기 때문에, 피부색이 달라서, 다른 취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등의 조건을 내세우는 순간 우리는 예수님의 가르침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사제직, 예언직, 왕직은 “서로 사랑하라”는 가르침으로 정리됩니다. 오늘 제1독서의 말씀처럼 현명한 이들은 창공의 광채처럼, 많은 사람을 정의로 이끈 이들은 별처럼 영원 무궁히 빛날 것입니다(다니 12,3). 좌절하지 말고 함께 어둠을 극복합시다. 사랑으로 빛이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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