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복음]
“기가 막혀 죽겠네?”
▲ 주수욱 신부(서울대교구 대방동본당 주임) |
기가 막힌 세상
세상에는 기가 막혀 죽을 사건들이 매일 넘쳐납니다. 부모가 아이를 죽이는 것이 어쩌다 있는 일이 아닙니다. 정치, 경제, 교육, 종교, 사회 모든 분야에서 기막힌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람이 기(氣)가 막히면 죽습니다. 창조 때 인간은 기가 막혀 있었습니다. 창조 때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숨을 불어넣으니 사람이 기가 뚫리고 생명체가 되었습니다(창세 2,7 참고).
분노와 폭력의 거친 숨소리
하느님의 숨을 받아 하느님과 함께 낙원에서 살던 인간은 ‘하느님처럼 되려는 욕심’을 부려서 하느님을 떠납니다. 하느님의 숨을 쉬지 못하고 맙니다. 탐욕을 부려서 그 열매를 따 먹은 인간(창세 3,6 참고)은 분노하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합니다(창세 3,12 참고). 그리고 카인은 형제의 피를 손에 묻히는 살인을 저지르기에 이릅니다(창세 4장). 그 분노와 폭력의 거친 숨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인간은 탐욕을 부리고, 다른 사람에 대해 무책임한 채 분노하곤 합니다. 여기에 더해 여러 종류의 폭력을 행사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해고된 사람들이 자살하고, 강도로 변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우리의 앞날이 심상치 않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새롭게 숨을 불어넣으시려는 하느님
하느님은 인간에게 숨을 불어넣고 영원한 생명을 선사하시면서 함께 살아가도록 하셨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을 닮은 자유로운 인간은 유혹에 넘어갔습니다. 하느님처럼 되어서 하느님 없이 스스로 살고 싶었던 것입니다. 하느님을 떠난 인간은 함께 살고 있는 인간으로부터도 떠나갑니다.
이렇게 불충실한 인간을 자비로운 하느님께서 잊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구약 성경에서 이미 약속하셨습니다. “너희에게 새 마음을 주고 너희 안에 새 영을 넣어 주겠다”(에제 36,26). “너희 마른 뼈들아, 나 이제 너희에게 숨을 불어넣어 너희가 살아나게 하겠다. 너희에게 영을 넣어 주어 너희를 살게 하겠다”(에제 37,4-6).
그리고 성령을 보내 주시겠다는 새로운 창조를 약속을 하십니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 내 영을 부어 주리라. 그날에 남종들과 여종들에게도 내 영을 부어 주리라. 그때에 주님의 이름을 받들어 부르는 이는 모두 구원을 받으리라”(요엘 3,1-2; 3,5). 성령을 부어 주시는 것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베푸시는 결정적인 구원입니다.
성부와 성자께서 성령을 보내주심
이렇게 약속하신 하느님의 성령을 보내 주시는 것은 하느님 아버지 홀로 하시는 일이 아닙니다. 성자를 세상에 보내시고, 그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우리에게 성령을 보내 주십니다. 마술을 부리듯이 어느 한순간에 성령을 보내 주신 것이 아닙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아니 인간이 하느님 곁을 떠나던 그 순간부터 하느님은 작정하고 준비하셨습니다. 그리고 성부께서는 성령을 통해 아드님을 동정녀 마리아가 잉태하도록 하셨습니다. 마침내 인간이 되신 아드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통해서 모든 사람에게 성령을 보내 주시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자주 성령을 보내 주십사고 기도하면서 성령을 향하여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합니다.
성령으로 숨 쉬며 살아가는 삶
매일, 매 순간 성령을 선물로 받아 하느님의 숨으로 영원히 살아가는 우리는 하느님 평화의 숨, 사랑의 숨, 용서의 숨을 쉬면서 살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기도하면서 하느님 아버지의 자녀로서 살아갑니다. 그래서 하느님 아버지처럼 자비로운 사람이 됩니다. 그리고 하느님 나라 건설의 완성을 향하여 하느님의 협력자로 이 세상에 매일 새롭게 나섭니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살아가는 것입니다. 여기에 참된 행복이 있습니다. 욕심을 부리면 자신과 다른 사람을 파괴하고 맙니다. 둘째,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면서 인류가 하느님 안에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도록 건설하는 것입니다. 셋째, 서로 존중하고 다양함을 인정하면서 참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성령의 기름을 받은 후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을 풀어주고,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을 풀어 주고 희년을 선포하셨습니다(루카 4,18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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