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생활 속의 복음] 나는 끝없는 욕심쟁이입니다

namsarang 2016. 5. 29. 12:00

[생활 속의 복음]

나는 끝없는 욕심쟁이입니다

 

 

성체성혈 대축일(루카 9,11ㄴ-17)


 

▲ 주수욱 신부(서울대교구 대방동본당 주임)



신부가 되고 나서 처음 선물을 받았을 때에는 낯설어 어쩔 줄 몰랐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익숙해졌습니다. 어린 학생들에게서 카드와 꽃을 받고, 음악이 담긴 테이프도 받았습니다. 선물은 점점 커졌습니다. 받을 때 거부감이 들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좋아하며 감사할 줄도 몰랐습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점점 금액이 커지는 선물에 대해 제가 만족할 줄 모른다는 것입니다. 항상 더 큰 선물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선물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요?

저 말고도 사람들은 선물을 많이 주고받습니다. 부부 사이나 처음 연애할 때, 결혼 초기에 그렇겠지요. 부모는 자녀들에게 오랫동안 거저 베풀어줍니다. 그것 또한 선물입니다. 이 밖에도 우리는 많은 이들에게 감사하는 것을 잊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지금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은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유공자들 덕입니다. 또 한국이 경제 강국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산재로 죽어간 많은 노동자 덕분입니다. 그리고 한국 교회가 이처럼 세계에서 놀라울 정도로 활발한 교회를 이루고 있는 것도 많은 순교자 덕분입니다. 그러나 부부도, 자녀도, 국민들도, 신자들도 사실 감사할 줄 모릅니다.



왜 그럴까요? 이유는 항상 더 큰 선물을 바라기 때문입니다. 말 타면 종 부리고 싶다고,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한편으로 보면 매우 긍정적일 수 있습니다. 인간은 무한한 갈망을 안고 살아갑니다. 이것을 채울 수 있는 것은 무한한 선물을 받는 것입니다. 바로 하느님 자신입니다. 구약성경에도 보면,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많은 구원 업적을 일으키시고 수많은 선물을 베풀어주셨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만족하지 못하고 또 다른 것을 찾았습니다.

이제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셔서 하느님 자신을 우리에게 선물로 주시는 것입니다. 십자가에서 돌아가시면서 우리에게 남겨놓은 선물입니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주는 내 몸이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너희와 모든 이의 죄 사함을 위하여 흘릴 피다.”

세상에 이런 위대한 선물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목숨을 바쳐 인간에게 하느님 자신을 선물로 주시다니요!



결혼 기념일은 왜 지낼까요? 그날을 기억하면서 오늘 새롭게 부부의 사랑을 지속하고 더 깊게 발전시키자는 다짐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성체성사를 거행하는 감사의 미사성제에서 생생하게 그 최후 만찬을 기념합니다.

성체성사에 참여하는 우리는 이제 영성체로써 하느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었으니 우리도 그분처럼 완성된 인생을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이것이 바로 완성된 인간답게 사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살 수 있도록 초대받은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자신을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로 내어놓습니다. 먼저 가족들에게, 이웃에게, 그리고 멀리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같은 연대감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이렇게 시작된 삶은 죽음을 맞이하고 하늘나라에 가서도 계속될 것이고 완성될 것입니다.



이제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성체성사에 참여하는 사람답게 살아야 하겠습니다. 더 큰 선물은 없습니다. 우리는 완전한 선물, 영원한 선물을 받아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몸!” “아멘!” 하느님을 선물로 받아 하느님이신 예수님과 하나가 되어 살고 있습니다. 이 완전한 사랑은 항상 새롭게 다가옵니다. 영원토록 변함없이! 이렇게 완전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으니 나도 그 완전한 사랑과 영원한 생명을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이제 나도 성체성사를 닮은 사랑을 하면서 살아야겠습니다.

“이것은 나의 생명입니다. 이것을 선물로 받으십시오. 이는 당신을 위하여 바치는 나의 삶입니다.” “이제 저는 변함없이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당신을 위하여 수고하는 피땀을 기꺼이 내어주겠습니다.”

주님, 이 말씀은 제가 도저히 스스로 할 수 없습니다. 거룩하신 하느님, 성령을 끊임없이 저에게 보내주시어 제가 예수님을 닮아 이 선언을 하며 살아가도록 이끌어주십시오. 저도 사람들에게 먹히는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