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구암 김영록님의 시

파장(波長)

namsarang 2009. 6. 8. 11:49


 파장(波長)


 글 / 九岩 김영록


 

 뜻을 접은 바람은 방향을 잃은 채 주춤거리고

 해묵은 시간들은 스산한 겨울 비에 초침부터 젖고 있다

 

 강물은 언제나 얕은 가장자리부터 얼듯

 곰삭아 허망한 꿈을 연탄재 버리듯 버리며


 막막한 세상에서도 자신을 스스로 비우며 떠나는

 삶의 끝자락을 우린 주검이라 여긴다


 몸이 늙었다고 추억 마져 덩달아 늙을까

 먹고 사는 일을 핑계로 시(詩)다운 글 한 줄 못 써보고


 부질 없이 흔들리며 떠나야 하는

 마른 갈대처럼 서걱거리는 생애(生涯)임에도


 깨알 같은 파 꽃이 하얗게 필 때면 생각나는

 그러면서도 한 번도 따뜻이 불러주지 못한 이름. . .


 우리의 만남이 어긋났을 뿐 미워한 일이 없는데도

 가슴깊이 간직한 채 가야하는 그리운 이름


 목이 메어 오는 이 그리움은

 어느 겁(劫)에서 만나질까...

                                                   (09/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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