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주보

삶안에 녹아드는 신앙

namsarang 2009. 9. 6. 19:43

연중 제23주일 2009년 9월 6일

삶안에 녹아드는 신앙

   어떤 부인이 하루는 하도 집안에 고통이 끊이지 않자 미아리 점집을 찾아갔습니다. 아주 용하다는 집이었기에 발 들여 놓을 틈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아주 용하기는 용한가보구나’. 그런데 사람이 많다보니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순서가 온다는 말에 가만히 기다리기도 뭐하고 해서 생각다 못해 핸드백에서 주섬주섬 꺼내 든 것이 묵주였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자기 차례가 올 때까지 묵주알을 굴렸답니다. 재미있다고 해야 할지... 왠지 모를 씁쓸함이 밀려오는 그런 이야기라 생각됩니다.

   본당에 있을 때 어떤 열심한 신자가 있었는데갑자기 성당에 나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왜 안나오는지 알아 봤더니 아들이 대학에 떨어져서 안 나온다는 것입니다. 매일 새벽미사 나오고 기도를 100일이나 했는데 예수님이 안 들어주시니까 믿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간혹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다가 결혼을 한다거나, 이사를 간다거나, 어떤 시련이 닥쳤다거나 할 때 성당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내가 그 입장이 되어 보지 않아 다는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사소한 이유로 신앙을 휴지조각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 가슴이 아플 때가 있습니다.

   신앙생활을 그토록 열심히 하다가도 이렇게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돌변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신앙생활을 하면서 예수님의 말씀을 많이 듣고 또 주님을 많이 찾으면서 살았어도, 그것이 그 사람의 신앙을 성숙하게 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 줍니다.

   신앙을 성숙하게 해 주는 것! 아무리 심한 폭풍우가 밀어닥쳐도 끄떡없는 뿌리로 서 있을 수 있는 신앙은 예수님의 말씀이 내 삶 안에, 생활 안에녹아 살아 있을 때 가능합니다.

   진리의 빛으로 우리를 이끌어주시는 주님의 은총과 매일의 생활에서 깨달은 그 진리를 실천하려는 노력이 잘 어우러질 때, 우리의 신앙은 성숙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만나는 이들과 내가 경험하는 사건들을 복음적인 시각에서 복음의 정신에 따라 생각하려 노력하고, 그 안에 서 하느님의 뜻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삶이 생활화 될 때 하느님의 뜻과 그분의 말씀은 우리 인격 안에 새겨지고 하느님과의 관계가 깊어지게 됩니다.


   진리의 말씀을 그저 듣기만 하고 실천을 하지않는다면 영적으로 귀머거리가 되고 벙어리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또한 이기적인 편견과 아집에 사로잡혀 있을 때 진리의 말씀을 바로 듣지 못하고 하느님의 은총도 체험할 수 없습니다.


   분명 신앙은 지식이 아니라 삶의 체험입니다.
                                                                                          사회사목국 부국장  김경진 베드로 신부